이명박 대통령 물러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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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령 물 댓글 5건 조회 7,539회 작성일 08-06-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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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물러나야 할까
기사입력 2008-06-09 15:16 |최종수정2008-06-09 16:06 기사원문보기
[한겨레] 1970년대에 ‘훌라송’이 있었다. 가사가 ‘박정희는 물러가라 훌라훌라’였다. 당시엔 목숨을 걸고 부르던 노래였다.
 
 80년대 초·중반 ‘전두환은 물러가라 훌라훌라’로 바뀌었다. 2008년 서울 한복판에는 ‘이명박은 물러가라 훌라훌라’가 울려퍼지고 있다.

광장과 거리에선 70년대 훌라송, 80년대의 ‘임을 위한 행진곡’, 2000년대의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뒤섞인다. 타임머신을 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래도 별로 어색하지 않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나온 꼬마들도 꽤 많다. 촛불을 열심히 흔들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이·명·박·은·물·러·가·라”고 외친다. 제법 박자가 맞는다. 바라보고 있자니 웃음도 나오고 서글프기도 하다.

손에 든 팻말에서는 분노, 해학, 기지가 넘쳐난다.

‘톰(만화영화에 나오는 고양이의 이름)! 먹어버려’ ‘명박 지옥, 탄핵 천국’ ‘경제를 살리랬더니 미국 경제를 살리냐’ ‘대통령도 리콜이 되나요’ ‘이명박 넌 뭐~든 절대 하지 마’

자유발언대에 오른 연사는 “이명박 대통령 잘한 일이 하나 있다. 나에게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게 해 준 것”이라고 야유를 보낸다.

5월 초 시작된 촛불문화제와 거리시위는 6월10일 저녁을 향해 치닫고 있다. 주최측의 목표는 100만명 참석이다. 10일 저녁 6시 이한열 열사의 영정이 연세대에서 출발해 서울광장으로 향한다. 87년 7월9일 이한열 열사 노제를 재연하려는 것이다. 당시 인파는 정말 대단했다. 선두가 서울시청 앞에 닿았지만, 행렬은 아현고가, 이대앞, 신촌까지 끝없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 만약 그런 인파가 몰려나와 청와대로 향한다면? 경찰은 막을 수 없다. 계엄령을 내려 군을 동원해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지경이 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물러나는 것이 옳다.

“이명박 대통령 물러나야 할까?”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해 씨익 웃기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웃어넘길 수가 없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협상을 확실히 거부하고 있다. 국민들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광장에 나온 사람들은 점점 더 큰 목소리로 “이명박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심각하다.

물론 대다수 국민들의 속마음까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아직은 말이다. 여론조사 기관의 설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항목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이명박 대통령은 위험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

“쇠고기 협상이 아무리 잘못됐다 할지라도 정권퇴진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헌정질서에 맞지 않고 민주주의 질서 속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가? 탄핵소추까지 당했던 전직 대통령의 말이니 무겁게 다가온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쥐고 있다.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하려면 이명박 대통령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건 그렇다. 사람은 웬만해서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 하지만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인간을 변화시킨다. 적응하지 못하면 죽기 때문이다.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 “1만명의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느냐”고 묻는 이명박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 대신 촛불집회에 대해 “세상을 밝게 하려는 그런 점도 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그분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말한 이명박 대통령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권력을 쥐여준 국민들에게 신속히 항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