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흔들리는 한국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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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촛불 댓글 0건 조회 717회 작성일 08-06-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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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가 40 여 일째 지속되며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언론은 언론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촛불을 바라보는 시선이 결코 고울 수 없는 정부와 여권의 심정은 그런 대로 이해가 간다. 매우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인 미국에 극히 일부분, 아주 작은 것을 양보한 것을 놓고 마치 나라를 팔아먹은 것처럼 분노하는 국민들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시장을 신봉하는 입장에서 볼 때 수입을 허용하더라도 소비자가 사먹지 않으면 간단한 일을 가지고 모든 것을 정부 책임으로 돌리며, 국가신인도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재협상을 하라고 요구하는 시위군중들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답답함에 이리 저리 머리를 굴리다 보면 시위 군중의 배후에 누군가 불순세력이 있어 무지한 군중을 선동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이미 일부 사람들은 그러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여론에 밀려 소통의 부재가 문제였다거나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는 등 나름의 진단을 내놓으며 머리를 숙이기도 하였지만 말하는 중간 중간 무심코 본심을 드러내어 우호적 언론들로부터도 촛불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는 질책을 받기까지 하였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와 여권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눈을 부릅떠도 배후의 실체가 확인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추어지는 것이 없다는 데 있다. 시위현장에 쇠파이프가 등장했다가도 이내 비폭력을 외치는 다수 시민들에 의해 제지되는 등 존재가 확실시되는 배후의 꼬투리를 잡기 힘들 뿐 아니라,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경찰을 폭행한 자들도 검거하고 보니 배후로 의심되던 386운동권이 아니라 우발적인 분노에 폭력을 휘두른 도시 서민인 것으로 밝혀지는 등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재협상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우왕좌왕 책임공방만 난무하게 되고 그 결과 이 와중에도 권력을 향한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을 피할 길이 없게 되어 결국 국면전환의 가장 유력한 카드로 생각하고 있는 인적 쇄신안 조차 버리는 카드가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의 입장 또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재협상을 관철하겠다며 국회등원도 거부하고 거리에 나섰지만 반겨주는 이 아무도 없는 황량한 벌판일 뿐이다. 쇠고기 재협상과 내각총사퇴를 주장하다가도 느닷없이 청와대로 찾아가 독대를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기도 하고,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일부 폭력행위를 문제삼아 다른 야당들과 선을 그으려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소수야당의 태도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스스로 정통야당을 자부하며 거리로 나온 통합민주당조차 국민들로부터 행위의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왕따를 당하는 현실이 계속되는 한 이들 또한 문제의 해결의 주체가 되어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풀기는 힘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신문들, 뜻대로 안 되자 우왕좌왕

우왕좌왕하는 것은 이들 정치권 뿐만이 아니다. 한때 국민의 여론을 좌지우지 했던 거대 신문들 또한 스스로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고 있다.

쇠고기 사태가 발발하자 종전의 보도 태도를 180도 바꿔 국민들의 문제제기를 괴담으로 치부하는 등 자신들이 지지해 마지 않았던 여권을 옹호하기에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여론을 선도하기는 커녕 걷잡을 수 없는 역풍에 직면하게 되자 변화되는 상황에 따라 수시로 논조가 바뀌는 오락가락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폭력시위의 배후 운운하며 반격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종래의 거침없던 자신감이 현저히 줄어들었음은 분명한 것 같다.

지난 시대 국민의 여론을 주도하던 정치권과 주류언론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자리를 web 2.0 시대를 선도하는 디지털 세대에게 내어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변화가 한순간에 완성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한번 터진 물꼬를 일순간 다시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영원히 과거로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보여준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더 이상 불순한 배후세력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치부를 숨기는 등 과거의 아날로그적 방법으로 당면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임이 분명해 보이는 이유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