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론.개편론 확산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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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성론.개편론 댓글 0건 조회 760회 작성일 09-01-07 14:43본문
172석의 `거여'(巨與)가 여야 대치정국 내내 82석의 민주당에게 끌려다니면서 무기력한 모습만 보였다는 자기반성이다.
일단 원내전략의 총책임자인 홍준표 원내대표와 국회운영의 책임자인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해 비판이 쏠리는 분위기다.
친이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한 재선의원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홍 원내대표는 정기국회와 임시국회 전체를 관통하는 협상전략을 세우지 못했고, 김 의장은 불법과 폭력이 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쟁점법안의 상정에 합의한 것만으로도 성공'이라는 당 지도부의 자체평가는 궁색한 자기변명이라는 이야기다.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홍 원내대표 뿐만 아니라 노쇠한 이미지의 박희태 대표 문제도 차제에 한번쯤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재선의원은 "굳이 이번 '입법전쟁' 과정을 거론치 않는다 해도 박 대표가 현역 의원이 아닌데다 확고한 결단력이나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데서 오는 한계가 적지 않다"면서 "게다가 당이 너무 노쇠한 이미지로 비쳐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이 같은 시각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박재순 최고위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밖의 여론은 한나라당이 무법에 무릎을 꿇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야당은 내부결속을 했다면서 기념촬영하는데 한심스럽다"고 자조했다.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한 자성론도 제기되고 있다.
당의 주류인 친이계는 이번 입법전쟁과정에서 목소리만 높였을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고, 친박계는 아예 수수방관하는 모습만 보였다는 것이다.
과연 친이, 친박계가 일심단결해 민주당과의 이번 '입법전쟁'에 임했더라면 과연 지금과 같은 허무한 결과를 초래했겠느냐는 자조가 적지 않다.
일각에선 최근 공개적으로 여당책임론을 제기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비판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금껏 침묵했던 박 전 대표가 입법전쟁이 끝나갈 무렵에 아무런 대안도 없이 여당책임론을 주장한 것은 당의 내홍만 부채질한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당내 일각에선 사실상 한나라당의 완패로 평가되는 `1차 입법전쟁'보다도 향후 전개될 `2차 입법전쟁'이 더 큰 걱정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 재선의원은 "지금껏 당이 보여왔던 모습을 감안한다면 앞으로도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의원은 "차제에 당 지도부를 전면 개편, 분위기를 일신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민주당과의 기싸움에서 백전백패"라고 단언했다.
이런 기류에 대해 당 지도부는 일단 국회의 `게임의 룰'을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식의 `벼랑끝 전술'을 사용하는 정당이 대화 테이블에서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는 현상이 재연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더 이상 폭력이 난무하는 장(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회법을 손질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국회의원 이외에 보좌관을 포함한 외부인이 국회에서 소동을 벌일 경우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당 지도부는 쟁점법안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전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여야 협상과정에서 강공 드라이브를 걸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쟁점법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자체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체질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시각이 우세한 분위기다.
당내 연구모임인 국민통합포럼, 위기관리포럼, 헌정연구회, 비례대표모임, 함께 내일로는 조만간 연석회의를 통해 당 체질개선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이날 조찬 모임을 갖고 이번 입법전쟁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논의했다.
한 참석자는 "지도부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는 한나라당이 이 시점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