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된 리더십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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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더십 댓글 0건 조회 884회 작성일 09-01-1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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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위기로 빠뜨려

베스트셀러 작가 로버트 그린은 저서 ‘전쟁의 기술’에서 한 조직 내에서 리더십이 분열되는 경우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리더십이 분열된 조직의 구성원들은 비논리적이고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집단 구성원들은 자신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정치적으로 행동하며, 조직 내부에서 제거하거나 좌절시켜야 할 사람이 있어 공모를 꾀할 경우 누군가 비밀을 누설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미국 헌법의 초안을 만든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을 인용하면, 세 사람이 비밀을 지키는 것은 두 사람이 죽은 뒤에야 가능한 일이다.

요즘 국세청은 로버트 그린이 말한 ‘분열된 리더십’으로 인해 조직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진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발단은 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소유하고 있던 그림 한 점이 미술 시장에 나오면서 비롯됐다. 전 전 청장의 부인 이미정 씨가 그림의 출처를 밝히는 과정에서 전ㆍ현직 청장 간에 오간 ‘모종의 거래’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이씨는 남편이 국세청장으로 재임했던 지난 2007년 초 강남의 한 식당에서 당시 차장이었던 한상률 국세청장 부부와 만났으며, 고 최욱경 화백의 추상화 ‘학동마을’을 선물로 받았다고 밝혔다. 그 자리에서는 한 청장이 라이벌이었던 모 지방국세청장을 밀어내기 위한 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도 했다. 그런데 그림을 맡은 갤러리의 대표도 전 지방국세청장의 부인임이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국세청 내부의 헤게모니 싸움이 노출된 셈이다.

그림 로비 의혹이 불거지자 한 청장은 이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이씨의 남편이자 그림 로비의 상대였던 전 전 국세청장도 변호사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 이씨의 주장을 봉합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 많은 문제가 불거졌다.

이 사건에는 네 사람의 국세청 고위 공무원이 연루됐다. 2007년 당시 국세청장, 현직 국세청장, 그리고 한 청장이 ‘제3의 인물’로 인해 국세청을 떠났다고 언급한 라이벌인 모 지방국세청장, 현재 국세청에 재직 중인 화랑 대표의 남편이다. 내부 결속이 단단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국세청 내부의 권력 다툼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세청, 국정원, 검찰청, 경찰청을 지칭하는 소위 4대 권력기관은 업무 특성상 군대 못지않은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4대 권력기관 출신들은 퇴임해서도 조직의 내부 사정이나 기밀을 절대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일종의 금기를 소중히 지켜왔는데, 전ㆍ현직 최고 수장의 분열된 리더십으로 인해 조직에 대한 신뢰가 또다시 실추된 것이다.

한국갤럽 등 3개 조사기관이 실시한 2008년도 국세행정 신뢰도 조사에서 국세청은 지난 2007년의 62.5점에 비해 9.3점이 오른 71.8점이라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발생한 일이다. 국세청은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년 세무행정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던 ‘섬기는 세정’과 ‘깨끗한 세무공무원상 정립’에 대한 성과라고 자평했지만, 3대에 걸친 최고 수장의 뇌물 의혹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기 어렵게 됐다.

이유 없는 원한은 없다. 비난을 많이 받게 되면 고정관념이 생기게 마련이다. 국세청뿐 아니라 지난 1년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고 난 후 수많은 공공기관과 단체가 TK니, PK니 하며 분열된 리더십으로 인해 혼란과 정체를 겪고 있다. 한 청장도 분열된 리더십의 중심에서 조직을 위기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청와대는 다음 주께 국정원,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 중 일부 교체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림 뇌물 스캔들의 중심에 선 한 청장은 청와대가 설 이후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4대 권력기관 기관장 교체 대상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