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인사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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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사 기준 댓글 0건 조회 989회 작성일 09-01-1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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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첫번째 기준이었다. 1948년 이전에 태어난 만 60세 이상 분들은 모두 대상으로 했다."

16일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브리핑룸. 50여명의 출입기자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들어찬 가운데 사장단 인사의 기준에 대해 삼성은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부회장이 된 2명을 제외하면 사장 승진자 가운데 60세 이상은 단 한명도 없었다.
 
반면 현직에서 물러나게 된 20명에 가까운 사장 대부분은 60세를 넘긴 최고경영자(CEO)들이었다. 말 그대로 '세대교체'다. 젊고 참신한 인물의 기용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고 새롭게 출발하는 삼성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초일류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각 계열사 CEO 인사를 일괄 발표하는 공식 석상에서 '나이'가 가장 중요한 인사 기준이었다고 선언한 것은 여러가지 생각을 갖게한다.
 
물론 연령이 전부는 아니고 사장 재직 기간과 그 동안의 성과 등을 다각도로 감안됐다는 설명이 붙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실적을 최우선적으로 따져야 할 기업 CEO의 진퇴를 생물학적 나이로 잣대 삼았다고 한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나이에 대한 차별을 경계하는 국제 흐름과도 배치된다.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의 인사 원칙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오지랖 넓은 일일 수 있다. 누릴 만큼 누렸다고 할 수 있는 삼성의 고령 CEO를 옹호하고 싶은 맘 역시 없다.

그러나 삼성은 단순히 한 기업을 넘어 국내 재계를 상징하는 얼굴이자 세계적으로는 한국의 대표 브랜드다. 그런 삼성이 나이를 가장 중요한 인사 기준으로 삼은 것은 자칫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실력이 아닌 나이로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또 실력이 있어도 나이가 모자라면 승진하기 어렵다는 잘못된 메시지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우리 사회에선 아직 그저 말에 그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