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알 때 제값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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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값 댓글 0건 조회 905회 작성일 09-01-1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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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쓰는 모든 물건에는 가치가 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사람에게 제공되는 모든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서 객관적 가치론(비용설)과 주관적 가치론(효용설)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이론일 뿐이다.

오늘날 보통사람들이 경험하는 일상적 삶 속에서도 이러한 이론적 설명으로는 충분히 납득이 안 가는 것이 많다.
 
여기서 ‘충분히’ 라는 말에 주의하자. 사실 가치에 대한 비용설과 효용설로 모든 경우를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설명이 충분하지는 않으며 그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가치’가 숨어 있다.

예를 들어보자. 같은 물건이라도 인터넷 쇼핑몰에서의 가격과 동네 전자제품 판매점에서의 가격은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인터넷 쇼핑몰이 상품유통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해서 가격이 싸다는 것이 보통사람이 이해하는 것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상식이 있는 사람은 다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한 것이지 ‘충분히’ 이해한 것은 아니다. ‘충분히’ 이해했다면 인터넷 쇼핑몰이 어떻게 해서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는지를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경우에만 충분히 이해한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과 정보에서 가치 창출

보통의 소비자들은 왜 인터넷 쇼핑몰이 싼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여행에서 면세가로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충분히 알지는 못한다.

결국 우리는 가격이 싼 이유를 ‘충분히’ 알 때에만 진정으로 싸게 산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충분히 알 수 있을까?
 
다시 말해서 어떻게 해야 ‘충분히’ 싼 가격, 즉 제값을 주고 샀다고 할 수 있을까? 오늘날 시대를 지식경제(knowledge economy)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의 기본인 가치나 가격에 대해 ‘충분한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지식과 정보이며, 이러한 지식과 정보로부터 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이 우리 시대의 경제의 특징인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는 사람만이 제대로 된 가치를 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것이 ‘부’가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아는 것도 어설프게 아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알 때에만 제대로 된 가치가 있게 된다. 아는 정도에 따라 사실상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여기서 안다고 할 때 우리가 사려고 하는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해 아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다고 하는 것은 그 거래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다 포함하는 말이다.

내가 물건을 사려고 하는 상대방이 현재 금전적으로 급박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알 때 그에게 값을 더 내리라고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마치 도박판에서 사실상 판돈이 다 떨어졌지만 아직도 여유가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포커 페이스도 사실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거래와 관련된 모든 사항 포함

요즈음 뉴스가 되고 있는 ‘미네르바에 대한 사법처리’를 주목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정보들을 짜깁기하였다는 미네르바의 글들이 한국 경제를 흔들었다는 점은 우리가 지식경제에 살고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그 인터넷 공간에 자동발생되고 있는 지식과 국가권력을 배경으로 하는 검찰의 지식, 그 어느 편이 가치를 창출하는 ‘충분성’을 가져올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