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남편, 벙어리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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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싸가지 댓글 0건 조회 2,467회 작성일 06-08-1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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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님이 벙어리 아내와 함께 살고 있었다.
하루는 갑자기 대문 밖이 매우 소란스러워, 
눈은 보이지 않지만 소리는 들을 수 있는 남편이 아내에게.. 
손짓하여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가 보라고 했다.
남편의 지시에 따라 벙어리 아내가 대문 밖에 나가 보고 와서는, 
손짓과 몸짓으로 밖에서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
먼저, 남편의 손을 끌어와 자기 유방 사이에다 '사람 인 (人)'자를 써 보였다. 
그러자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응, '사람 인'자 양옆에 젖꼭지 두 점이 있으니 '불 화(火)'가 되는구먼. 
그러니 불이 난 모양인데 어디에서 불이 났지?"하고 다시 물었다.
아내가 이번에는 남편의 손을 끌고 가서 자기의 옥문에 갖다댔다. 
이에 남편은 역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아, 그곳은 항상 습한 곳이니, 저 건너 이동(진흙니)에서 불이 났나 보구먼."
이렇게 짐작으로 맞추었다. 이어서 남편은 또 아내에게 누구의 집에서 불이 났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내는 자기의 입을 남편 입에 갖다대는 것이었다. 
남편은 아내의 이런 몸짓을 보고는 허허 웃으며,
"그렇지, 두 입이 합쳐진 글자니 여(呂) 서방 집이네그려. 
그런데 그 집에 불이 났으면 얼마나 탔을꼬?"
하고, 의문을 표시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를 본 아내는 남편의 바지 속에 손을 넣어 양근을 거머쥐고 만져 꼿꼿하게 세우는 것이었다. 
곧 남편은 웃으면서 알았다는듯이 말했다.
"참 안됐구먼, 집이 다 타고 기둥만 남았다는 뜻이지?"
부부가 이러고 있는데 대문 밖에 누가 찾아왔다. 
아내에게 나가보라하니, 나갔다 온 아내가 자기의 두 손가락을 펼쳐서.. 
남편의 양근 중간 부분을 둥글게 쥐었다. 그러자 남편은 역시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러니까, 위에 갓이 있고 아래는 양쪽으로 뻗은 두 개의 음낭이 있으니'송(宋)'자로군. 
아마 송 서방이 찾아왔나 보구먼. 빨리 들어오라고 해야지."
장님 남편과 벙어리 아내가 이렇게 대화를 하니 틀린 것이 하나도 없더라.<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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