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ㆍ리더십 부재 탈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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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화ㆍ리더 댓글 0건 조회 778회 작성일 09-02-0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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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팀을 기대하는 쪽은 핵심 3인방이 오랜 테크노크라트 경력으로 경륜과 균형감을 갖춘 점을 평가하고 있다. 1기 팀이 강한 개성들로 가끔 팀 내 조화가 깨지거나 제대로 조정되지 않은 리더십과 고집 때문에 시장의 신뢰가 현저하게 낮았다.
 
2기 팀은 이 점에서 시장의 점수가 일단 높은 것 같다. 팀장 내정자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다르고 팀워크에 대한 기대도 다소 높아 보인다. 이 같은 시장 평가는 우선은 정부 정책의 신뢰 회복에 기여할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관료 일변도의 새 팀이 시장보다는 관 주도형 사고에 경사돼 있을 가능성을 우려한다. 문제의 핵심은 위기 관리인 점에서 과감한 결단과 정책의 일관성이 매우 긴요하다.
 
주요 거시지표들이 대부분 감퇴로 돌아서 올해가 최대 고비가 될 게 분명하다. 새 팀의 최대 과제도 당연히 내수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이 되겠지만 동시에 수출도 살리고 국제수지도 방어하며 금융시장과 물가도 안정시켜야 하는 등 거의 전방위 구조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새 경제팀이 이 모든 비상조치들을 한꺼번에 처리하기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새 팀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라 안팎의 악조건들 때문이다.
 
 현재의 세계 경제 위기가 오랜 기간의 불균형과 시장비대칭성이 누적된 결과인 만큼, 당분간은 세계 경제가 구조조정과 새 균형 회복을 모색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세계적 저성장시대 진입을 의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장기 정체기에 접어들면 아마도 일본과 한국이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나마 일본은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우리보다 낫고 내수시장도 꽤나 커서 세계 시장 정체의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우리보다 훨씬 크다. 우리 경제도 생산탄력성이 높아 빠른 회복을 예상하는 전망이 많지만,
 
이번 위기는 지난 외환 위기와는 성격이 판이하여 세계 시장의 동시 침체는 수출에 과잉 의존하는 우리에게 가장 심각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내수기반 경시와 대기업 위주 산업정책이 초래한 치명적인 약점이 이번 위기로 여지없이 노출되고 있다.

IMF는 한국의 내년 회복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새 경제팀은 이 같은 IMF의 덕담을 곧이곧대로 받아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을 크게 고무시킨 이 덕담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이 솔깃한 예언이 적중하려면 최소한 미국과 중국 시장이 먼저 회복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내수시장을 하루아침에 부풀릴 수 있는 비책도 없다. 손쉬운 건설경기에 의지해 경기를 부추기면 반드시 동티가 나 걷잡을 수 없는 부작용을 불러온다. 유일한 대안처럼 강조되는 서비스산업 육성도 전체 경제의 활황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한 사상누각이다.

결국 새 경제팀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제로 성장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다.
 
단기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의 충격을 완충하고 일자리를 늘려야 하지만 이런 응급조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불균형과 거품에 익숙해온 우리 경제의 과체중과 복부지방을 이번 기회에 말끔히 제거하는 구조조정을 실천하는 일이다.
 
기업과 가계, 정부와 공기업 가릴 것 없이 모든 거품 체질과 거품 사고를 제로 성장 시대에 걸맞게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제만 제대로 해내도 새 경제팀 임무의 과반은 달성되는 셈이다. 행여 마이너스 성장의 조급증으로 마구잡이 수요진작이나 투기의존형 경기자극의 유혹에 빠지면 경기 회복보다는 인플레와 투기 효과만 먼저 회복될 것이다.
 
금융시장 안정이나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확충과 내수기반 확대 등에는 방대한 재정이 필요하므로 당분간 적자재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필요하면 조기 추경도 해야겠지만 우선 과제는 역시 구조조정, 시스템 안정과 규제 개혁이므로 분별 없는 자금 살포나 지원 일변도의 물량 위주 대응은 절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