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마 키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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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항마 댓글 0건 조회 1,443회 작성일 09-02-1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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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마 키워 달라"
[조선일보] 2009년 02월 18일(수) 오전 02:58 i_pls.gif  가i_mns.gif| 이메일| 프린트 btn_atcview1017.gif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지금부터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들을 키워야 한다. 그 대항마들끼리 단일화를 해서 박 전 대표와 붙어야 한나라당 (2012년) 경선이 흥행할 수 있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얼마 전 몇몇 기자들과 만나 이런 얘기를 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아직 안 됐는데 '차기(次期) 구도'문제가 여권의 물밑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차기 구도의 심각한 불균형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상수(常數)'라고 할 만큼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나머지는 '변수(變數)' 축에 끼는 인사도 드문 형편이다. 이런 상황은 한나라당은 물론 박 전 대표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여권 주류의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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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연대 박근혜' b_view_sd.gif

주류 진영에서 박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는 인사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반박(反朴) 성향이 강한 인사들은 특히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주류에서 친박(親朴) 비주류로 넘어가는 월박(越朴), 공개적으론 주류처럼 보이지만 은밀히 친박과 줄을 대고 있는 주이야박(晝李夜朴) 등의 현상이 나타나면서 주류 내에서 "구심력 역할을 해줄 주자들이 빨리 가시화돼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친이(親李)그룹의 한 재선 의원은 "대선 1년 반쯤 전부터 차기 주자들이 부각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2년 반밖에 남지 않은 셈"이라며 "변화의 계기가 올해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정치판에서 사람을 속성(速成)으로 키울 수 있는 제일 큰 힘을 가진 사람은 대통령이다. 요즘 이 대통령을 향한 여권발(發) '러브 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이달 초 정두언 의원이 이 대통령을 독대한 뒤 베이징으로 날아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만난 것이나 정몽준 최고위원이 자청해 11일 이 대통령을 만난 것도 크게 봐선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일이 밝힐 순 없지만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하는 정치인들이 많다"고 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책연구재단 '동행(同行)'을 창립한 강재섭 전 대표나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측도 청와대와의 물밑 교감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 홍준표 원내대표는 장관직을 맡고 싶다는 뜻을 숨기지 않은 경우"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정치권의 '신호'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동안 어떻게 하면 성공한 정권을 만드느냐에 몰입해 있다"면서 "정치인들은 스스로 크는 것이라는 게 이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실제로 지난 1월 개각 때 "왜 정치인이 장관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경력 관리를 해야지 정부에서 경력 관리를 하려는 건 잘못"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총리 자리를 통해 이회창, 이홍구, 이수성씨 등을 발탁하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동영·김근태 의원을 일찌감치 장관으로 임명했던 것과는 다른 노선인 셈이다.

이 대통령 입장에선 차기 경쟁이 조기에 점화될 경우 권력 누수가 우려되는 데다 한나라당의 대주주인 박 전 대표 진영을 일찍부터 자극시킬 경우 정치가 불안정해진다는 점에서 여권의 잠재적 차세대 주자들과는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성공한 CEO의 제일 큰 덕목이 자신보다 훌륭한 후계자를 키우는 것이라는 점을 CEO 출신인 이 대통령이 모를 리는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당 주변의 인물들보다는 새 시대의 조류에 맞는 50대 초반의 전문가들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건의도 이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차기문제'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느냐는 이 대통령에게 주어진 장기적 숙제이자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