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보조금 관리 실태 `도마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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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마 댓글 0건 조회 910회 작성일 09-02-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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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보조금 관리 실태 `도마 위에'>
복지지원금 천문학적..관리는 `주먹구구'

(서울=연합뉴스) 문성규 기자 = 서울 양천구청 기능직 8급 공무원이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정부 지원금 26억원을 횡령한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 보조금 지원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장애인 지원금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이 전국적으로 연간 수십조 원에 달하지만, 지급 방식이나 관리.감독체계는 너무나 허술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부산에서는 자치구 공무원 3명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되는 생계비 2억2천여만원을 가로챈 사실이 적발됐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 일단 각 지자체에 정부 지원금 관리실태에 대해 자체 감사를 벌이도록 할 방침이다.

   ◇ "정부 보조금은 눈먼 돈" = 이번 사건의 장본인 안모(38)씨는 2005년 5월부터 40개월간 26억4천400만원을 횡령했음에도 서울시와 구청 측은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안씨는 동사무소에서 지원 인원과 액수를 산정해 신청하면 이를 취합해 서울시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뒤 대상자들에게 인터넷 뱅킹으로 나눠줬다.

   이 과정에서 그는 보조금 액수를 과다 신청한 뒤 부풀려진 액수를 챙긴 것이다.

   안씨는 상급자들이 관내 장애인 1천300여명에 대한 지원 현황과 총액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노렸다.

   시와 구청 측은 연간 25억원에 달하는 보조금 지급 업무를 기능직 공무원 한 사람에게만 맡겨 두고서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감사 또한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안씨와 같은 업무처리 방식이 다른 보조금 지급 업무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사례가 많고 다른 시.군.구에서도 동일한 방식이 비일비재하다는 데 있다.

   서울시의 경우 장애인 보조금만 5만6천900명에게 연간 565억원이 지급된다.

   또 기초생활수급권자에 대한 생계비 지원도 약 20만명에 3천7600억원대에 이른다.

   저소득층.장애인.노인.보육 등과 관련한 정부보조금을 전국적으로 따져보면 천문학적인 액수인 것이다.

   ◇ "전산 활용한 투명 관리시스템 구축 시급" = 서울시는 횡령사건이 드러나자 공금횡령과 회계질서 문란 행위를 강력하게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감사 인력을 총동원해 유사 사례 발생 여부를 점검하고 수당과 보조금 등 민간단체나 개인에게 계좌로 입금되는 모든 경우에 대해 수령인과 차명계좌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시민의 혈세인 국고를 손쉽게 빼먹을 수 있는 제도상의 허점을 드러내 이를 보완하는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정보통합시스템인 `새올행정시스템'과 같은 전산망을 의무적으로 활용토록 해 각종 수당이나 보조금 지원이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양천구 횡령사건도 보조금 지원 현황을 전산이 아닌 수기로 관리해온 것이 발단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전산입력 과정에서의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관리.감독 시스템을 정비하고 감사 또한 지속적이고 꼼꼼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18일 자치구 부구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창의행정 추진회의에서 양천구 횡령 사건과 관련, "결재라인에서 한 사람만 깨어 있었어도 이러한 장기간의 부정행위는 방치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점검시스템을 총 가동해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를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