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합치면 좋지만 손해보는 통합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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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손해 댓글 0건 조회 981회 작성일 09-03-0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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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시·군 통합 실험장' 마산·창원·함안 가보니

"예산 절약, 복지 최대화" 효과엔 모두들 공감

정치인·공무원 자리다툼 지역명·시청 소재지 갈등


지난 3일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 마산시와 창원시, 함안군 등 중부 경남 3개 시·군 통합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의 통합 논의는 1980년대부터 있었고 역사적인 뿌리도 비슷하며, 시민들의 생활도 공동 생활권에 묶여 있어 사실상 '같은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전국적인 개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어떻게 이를 극복해야 하는지를 참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지역"이라고 하고 있다. 지난 6~8일 3일간 현지에서 주민들과 각 단체장들·지역의원들을 직접 접촉해봤다.

예산절감, 생활권 통합 통한 효율성 증대 기대

이 지역의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상당히 '진도'가 나가 있다. 마산시는 지난해 9월 '행정구역통합 TF팀'을 구성했고, 마산시 의회도 '마산·창원·진해시, 함안군 통합에 관한 건의안'을 채택해 청와대와 정부, 국회 등에 제출했다.
 
오는 10일에는 '행정구역 통합추진 마산시준비위원회'가 출범한다. 박완수 창원시장도 "1단계로 창원과 마산을 통합한 뒤, 2단계로 다른 지역과의 통합을 생각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이들은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마산·창원·함안 지역은 광역 상수도망과 쓰레기 소각장, 공설운동장 등 공동 이용이 가능한 기존 시설을 지역자치단체마다 따로 만들어서 불필요한 예산이 들고 있다"며 "통합할 경우 행정비용은 최소화하고 주민복지는 최대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했다.

함안 지역민들의 경우 "제사상을 보더라도 마산에서 장을 보고, 마산지역 중·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이 동네 초등학교 6학년생과 중학교 3학년생은 마산으로 미리 옮겨 동네에서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불필요한 군(郡) 공무원도 줄일 수 있게 되는 등 통합은 필요하다"는 반응이었다.

지역민들 총론엔 찬성, 각론 들어가면 이견

이처럼 전체적으로 지방행정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원론에 찬성들이었지만 구체적으로 따져 들어가면 "앞으로 이런 것이 문제겠구나" 하는 것들도 보였다.

마산시 합성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창기(40)씨는 "그동안 낙후됐던 마산은 통합을 통해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고, 주부 김윤미(33·자산동)씨도 "같은 도시인데 집값은 창원이 2배 이상 비싸다. 빨리 합쳐져 집값이 좀 올랐으면 한다"고 했다. 마산 시민들은 매우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창원시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정민(37)씨는 "우리는 세금을 많이 내고, 투자는 낙후된 마산에 들어갈 것이다. 통합해서 우리한테 득이 될 게 뭐가 있느냐"고 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창원시 관계자는 "현재 마산시 재정자립도가 39.9%, 창원시 재정자립도는 56.4%"라며 "현실적인 이해관계에서 두 지역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합쳐서 잘살면 좋지 않으냐'는 원론에는 동의하지만, 실제 손익계산에 들어가면 '손해 보는 통합은 하지 않겠다'는 민심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역 명칭이나 시청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도 "마산은 한국 근현대사의 물줄기를 2번이나 바꾼 경남의 종주도시다. 이름에 마산이 우선으로 들어가야 한다", "역사에 창원이라는 이름이 먼저 등장했다. 현재 발전 정도 등을 감안해도 창원이 먼저다"라며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정치인들 이해관계 배제해야

각 지역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의 태도도 향후 논의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였다.
 
예를 들어 대다수 마산·창원 지역 국회의원들은 통합에 원칙적으로 긍정적인 반면 의령·함안·합천군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조진래 의원은 "함안은 농촌 지역의 특성을 살린 발전 모델이 있고, 마산은 마산 나름의 모델이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이다.

함안군 공무원들도 "(마산시와 함안군의 통합) 그거는 마산 저거 마음이고예, 우리 함안은 꿈도 안 꾸고 있습니더"라며 "통합을 하게 되면 세금만 높아지고, 마산시의 혐오 시설들이 함안군으로 올 것"이라고 했다.
 
행정체제 개편 과정에서 작은 자치단체가 큰 지역으로 흡수될 경우 작은 지역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마산시장의 경우 이미 3선을 해서 통합이 안 되면 다음 선거에서 '3선 제한규정'에 걸리게 되는 만큼 행정구역 개편에 적극적인 입장인 반면, 아직 재선인 창원시장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며 느긋한 입장이다.
 
통합이 될 경우 통합주체보다는 대상이 될 함안군수는 "아직 입장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창원대 사회과학대 정재욱 학장은 행정체제개편을 둘러싼 갖가지 이해관계와 관련해 "결국 정치인들의 이기적인 목소리를 얼마나 배제하고,
 
지역민들의 각기 다른 욕구를 어떻게 조화시켜 풀어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희생을 감수하면서 통합해야 하는 자치단체 주민들에 대한 국가적 지원책 마련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