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탈퇴 63%' 그들이 원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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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노총 탈퇴 댓글 1건 조회 1,590회 작성일 09-03-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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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탈퇴 63%' 그들이 원한 것
기사입력 2009-03-12 02:42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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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묵·사회정책부
"2187만원짜리 식사비 영수증 보셨어요?"

민주노총 탈퇴를 묻는 조합원 찬반 투표 마감 한 시간 전인 10일 오후 6시. 인천지하철노조 이성희 위원장은 2003년 6월 전임 집행부가 파업할 당시의 '파업비' 영수증을 기자들에게 보여줬다.

'OO케이터링' 명의의 간이 영수증엔 손으로 쓴 식대 2187만5000원이 적혀 있었다. 중국음식점에서 자장면 한 그릇만 먹어도 써주는 수기(手記) 영수증이었다.

"파업비 사용 내역 증빙이 대부분 일반 식당에서 써주는 간이영수증으로 처리돼 있습니다. 한 달 동안 쓴 파업비 1억원의 영수증철엔 몇백만원짜리 식대가 수두룩합니다."

이 위원장이 민주노총 탈퇴를 추진한 데는 이런 불투명한 회계 문제도 한몫했다. 민주노총 소속 중에서도 강성으로 소문났던 지하철 노조에는 투쟁을 위해서라면 조합원들로부터 걷은 조합비도 '쌈짓돈'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런 '투쟁 지상주의' 노동운동과 결별해야 진정한 조합원을 위한 노조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날 개표가 진행된 인천지하철 귤현기지사업소 대회의장에는 수십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지하철 노조 6곳 중 처음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전국적 관심사가 돼 있었다. 이 위원장의 휴대전화는 이날 온종일 취재진 전화와 민주노총과의 결별을 준비하는 다른 공공기관 노조 위원장들 문의 전화로 불이 났다.

오후 8시 시작된 개표는 1시간쯤 지나 끝났다. 결과는 '아쉬운 부결'이었다. 63.4%의 찬성을 얻었지만 가결에 필요한 3분의 2 찬성에 불과 25표(3.3%) 모자란 것이었다.

이 위원장은 '전술 미스'를 시인했다. 민주노총 탈퇴와 함께 노조에 대한 외부회계감사 실시 등 20여건의 규약 개정안을 함께 상정했는데, 이것이 결국 화근(禍根)이 됐다.

하지만 찬성 63%의 의미는 컸다. 다수의 노조원 의사가 민주노총과의 결별에 있음을 확인해준 결과였다. 노동현장은 확실히 바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