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위한 반대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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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무원ㆍ노사 댓글 0건 조회 1,184회 작성일 09-03-1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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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ㆍ노사ㆍ시민 모두 주체…반대위한 반대 버려야

기사입력 2009-03-16 17:51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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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노사, 시민사회단체, 종교계ㆍ학계 대표자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2차 경제위기 극복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를 마친 뒤 손을 엇갈려 잡고 결속의 의지를 다졌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리더십

◆창간 43 기획 / 위기극복의 열쇠 팔로어십 (中)◆

1960~1970년대 일본 시민단체를 상징하던 것은 미국 주도의 냉전에 반대하던 안보투쟁의 붉은 깃발이었다. 이제 일본 시민단체를 상징하는 것은 지역과 생활 속에서 펼쳐지는 생활협동조합(생협)운동이다.

주부에서부터 지역 유력 인사들까지 참여하는 생협운동은 유전자조작식품(GMO) 수입이 화두가 됐을 때 대규모 불매운동을 이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생협운동의 힘은 누구보다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진지함이다.

일본 시민단체들의 변화된 모습은 '팔로어십(followership)'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나 압박보다는 스스로 논리를 개발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건전한 비판 기능과 함께 사회참여적인 행동이 뒷받침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팔로어십을 우리 사회 전반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국민, 정부, 정치권, 기업ㆍ노조, 시민단체 등에 '스마트(S.M.A.R.T)'의 다섯 가지 항목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우선 일반 국민의 팔로어십 고양을 위해 법과 질서의 기본 원칙(Standard)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숙종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를 받아들였다"면서 "법이 마땅하지 않으면 법을 고쳐야 하지만 고치기 이전의 법은 준수해야 하며, 정부도 법 집행을 엄정하게 지켜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도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본에 충실한 국민의식이 확립돼야 팔로어십도 꽃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에는 기업 경영(Management)과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정책 운영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말로만 'CEO 대통령'을 외칠 게 아니라 실제 기업에서 적용하는 효율적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등 솔선수범하는 정책을 펼쳐야 국민이 따라온다는 얘기다.

정부 관료 집단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관료는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팔로어인 동시에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펼치는 리더다. 관료들이 이 같은 양면적 입장을 적절히 조화시켜 정책 수행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관료제의 계급의식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권은 5년이지만 관료들이 정치 세력을 절묘히 활용해서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며 "계급 개념이 사라져야 관료제 개혁이 가능하고 이는 곧 팔로어십 고양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계급 개념에 사로잡힌 관료제 때문에 리더십과 조화된 팔로어십이 좌초된 사례도 있다. 지난 2월 자리에서 물러난 이수화 전 농촌진흥청장의 경우 지난해 말 계약직 사원을 무려 2757명이나 뽑았다. 농진청은 연구소 9개를 5개로 줄이고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꾼 개혁으로 예산을 170억원이나 절감했다. 이를 통해 월 100만~130만원을 받는 일자리를 이처럼 많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주도한 청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창원 교수는 "처음에는 정부에서도 잘한다고 했지만 언론에서 너무 띄워주고 튀는 모습이 보이니 상급 기관인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갈등을 겪게 됐다"며 "관료제가 팔로어십을 좌초시킨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대립과 갈등이 일상화된 정치권에서는 팔로어십을 높이기 위해 대화와 타협(Agreement)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정치권이 분열되면서 자정 능력이 사라진 상태"라며 "팔로어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노조에는 무엇보다 책임감(Responsibility)이 요구된다. 세계 경제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밥그릇을 깨는 노조가 아니라 노사 상생과 화합으로 회사를 살리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외국 투자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으로 꼽는 것이 노조가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회사에 물질적인 피해를 가하는 사례"라면서 "함께 가는 노사 관계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며, 결국 해외 투자의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역시 책임 있는 자세로 노조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시민단체에는 모든 문제를 정부 책임으로 미루고 문제 해결을 의존하기보다는 풀뿌리 조직의 작은 리더들로서 실천하는 사고(Thinking) 전환이 요구된다.

이숙종 교수는 "시민단체들은 팔로어면서 동시에 리더가 되어야 한다"며 "더욱 전문성을 키워 비판보다는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진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참모진은 조율사…대통령에'예스맨'돼선 곤란

= 좋은 부하가 훌륭한 상사를 만드는 것처럼 훌륭한 리더도 리더 본인이 아니라 팔로어가 만든다.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의 참모진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통령이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참모진이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리더십과 팔로어십은 독립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기업 최고경영자(CEO)처럼 유능한 참모를 발탁해 경쟁시키는 루스벨트형 리더십 스타일"이라며 "루스벨트형 리더십은 수레바퀴처럼 대통령과 참모진 사이에 중간 조율사가 없기 때문에 모든 부담을 대통령이 떠안게 돼 참모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참모진이 대통령의 정책 추진력과 국정 철학 등에 대한 장단점을 냉정하게 파악한 뒤 부족한 부분은 총력을 다해 보완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모진이 대통령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르는 '예스맨'이 되어서는 국가 발전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참모진이 대통령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르게 되면 대통령의 단점이 극대화하면서 국정 운영이 난맥상을 겪게 된다"며 "참모들은 대통령이 즉흥 발언이나 파격 행보로 리더십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좌해야 한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대표적인 팔로어십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미 대통령 경선에서는 인신공격에 가까운 상대 후보에 대한 거침없는 공격, 단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네거티브 전략이 판쳤다. 그러나 경선 패배 이후 힐러리는“버락 오바마는 나의 후보며, 그는 반드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아낌없는 지원유세를 펼쳤다.

최진 소장은 "부동의 2인자인 클린턴이 정치 애송이인 오바마에게 석패해 정신적 충격과 후유증이 컸을 텐데도 오바마를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오바마의 철학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팔로어십을 발휘했다"며 "대통령 참모라면 이 같은 클린턴의 팔로어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