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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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회장 댓글 0건 조회 940회 작성일 09-03-2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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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의 귀재라고 하면 단연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다. 그의 로비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97년 1월. 실명이 거론된 사람들은 가슴을 치며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며칠 후 그들 중 상당수는 어느 늦은 밤 혹은 새벽녁, 수갑을 찬 채 검찰청을 나섰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력 실세였던 홍인길 전 청와대 수석, 권노갑 황병태 정재철 의원에다 김우석 내무장관까지. 돈 몇 푼에 양심을 팔았던 정신나간 은행장들까지. 그들은 모두 감방에서 만나야 했다. 급기야 현직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씨가 죄수복을 입고 서울구치소 독방에 들어가고 나서야 사건은 대충 마무리됐다.

당시 화제가 됐던 것이 사과박스였다. 정태수 씨는 사과박스를 미끼로 인간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를 확인시켰다. "빳빳한 새 돈으로 사과 박스에 1만원권 지폐가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면 누구나 마음이 움직이게 되어 있다"는 말에 국민은 부패한 기업인과 정치인 관료에게 침을 뱉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8년 3월. 대한민국은 여태껏 정화되지 못한 우리 사회의 비도덕성과 몰염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목격하고 있다. 다른 사람보다 항상 '0' 하나가 더 붙은 돈 봉투를 건넨 통이 큰 '제2의 정태수' 박연차 회장 앞에서 양심을 지켜낼 철옹성은 없었다.
 
 걸려들지 않은 사람은 청렴해서라기보다 요행히 그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었다. 정태수 사건이나 박연차 사건은 시간대와 등장 이름만 바뀌었을 뿐, 마치 복사기로 찍어낸 듯 똑같이 진행되고 있다.
 
혐의를 부인하는 정치인, 밤새 전전긍긍하다 수사요원들에게 체포돼 끌려 나오는 실세들. '4월은 잔인한 달이 될 거다,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는 수사지휘부 말 한마디에 밤잠을 설치고 있을 이름 모를 군상들.

구경하는 국민은 늘 그랬던 것처럼, '그X들이 그렇지'라는 말만 되뇌이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