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정치의 시작과 끝,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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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EO 댓글 0건 조회 772회 작성일 09-03-2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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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은? 의구심이다. '이 자들이 정말 내 사람일까' 하는 '의구심의 우물'에 빠진 것이다. 이 '의구심의 우물'은 매우 깊고 차며, 한번 빠지면 다시 빠져나오기 힘들다. 조금 빠져나오는 듯 하다 가도 다시 빠지고 마는, 그런 마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의구심의 우물'에 빠진 M사장과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관점으로 잠시 내려가 보자. 그들은 M사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혹시, 함께 일하기 힘든 CEO, 끊임없이 충성심을 보여주길 원하는 CEO, 정기적으로 아부 테라피를 받지 못하면 불안 증세를 보이는 CEO로 생각하고 있진 않을까?

만일 그렇다면, 직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어떤 사내정치를 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일부는 M사장의 불신감을 불식시키면서 실세로 등극하려고 아부 경쟁을 할 것이고, 나머지는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자기 할 일만 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이처럼, 사내정치의 양상은 CEO의 성격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많은데, 특히 그 CEO가 'Owner'라면 그 영향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고, 직원들로서는 아무리 미워도 승진이라도 해볼 참이면 '다시 한 번'을 외치며 충성경쟁에 뛰어들 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있다. “돈 버는 재미보다 사람부리는 재미가 더 좋다.” 정색을 하면서, 사업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던데, 사람 부리는 재미? 음~ 좋긴 할게다.

사내정치의 양상을 좌우하는 CEO, 그래서 CEO는 사내정치의 출발점이요 종착역이다. 사장이 골프를 즐기면 줄줄이 골프를 하지 않으면 안 되고, 사장이 '딴스'를 즐기면 댄스 아카데미를 다녀서라도 호흡을 맞춰야 하고, 사장이 잡기(雜技) 불능자로 일만 즐긴다면 Work-holic'인 듯 포장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가장 욕 튀는 상황은 사장이 아부를 즐기는 경우다. 게다가 은근히 경쟁까지 부추겨? 이건 거의 재앙에 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일은 아주 밥 먹듯이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명분도 좋지 않은가? 건설적인 경쟁! 하지만 그 건설적인 경쟁이 얼마나 피 튀기는 게임인지는 그들도 잘 알지 않던가?

이런 식으로 CEO의 성격에 따라 사내정치는 파도타기를 한다. 왜 파도타기냐고? CEO로부터 시작해서 회사를 한 바퀴 휘~릭 돌아 다시 CEO에게로 밀어닥치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게로 밀어닥치는 파도는 주로 기분 좋은 것이기 마련이다. 아부와 충성, 그리고 열정이라는. 이 파도타기의 feed-back을 즐기는 존재가 바로 CEO다.

이 feed-back이란 놈이 없이 잠잠하거나, 나쁜 방향으로 feed-back이 밀어닥치는 경우가 CEO들로서는 가장 곤혹스러울 때다. 이 때 CEO는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왜? 불안하기 때문에. 다시 또, 왜 불안해 하느냐고 묻는다면? 스스로에게 반문해보길 권한다. '너라면 잠이 오겠니?'

만약에 feed-back이 없이 잠잠하다면, 이것은 가장 심각한 상황에 처했음을 의미하는데, CEO 자신이 완전히 고립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CEO는 회사의 집권자이자 정부요 여당이다. 그런 그가 고립되었다면 문제는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CEO까지 올랐다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사내정치의 고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고수가 이런 수모를? 그래서 고수들에게 이런 상황은 용납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절대 기피해야 할 상황이기도 하다. 가끔 이런 상황에서 CEO들이 택하는 극단적 선택이 자살임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여러분은 아는가? 우리나라 CEO의 60% 이상이 죽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있다는 사실을? 최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에 봉착한 CEO 중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 해외토픽 란을 장식하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사내의 복잡한 상황으로 자살을 하는 CEO들이 훨씬 더 많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자살하는 CEO 가운데 절대다수는 심각한 고립감에서 연유한 '외로움' 때문에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제임스 캠벨 퀵은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조직 최상부의 고립은 매우 견디기 힘든 일이다… …조직의 상층부로 갈수록 경영자와 관리자는 조직 내에서 동료의 후원이나 인간적 상호접촉이 줄어들어 외로움을 느끼기 쉽다.'(제임스 캠벨 퀵, 김영기 역, 'CEO 건강경영', 미래의 창, 2005)

이처럼 외로움은 CEO의 운명이자 적이지만, 이 외로움 때문에 측근에 의존하게 되는 측면도 없지 않고, 더 아부와 충성에 매달리는 경향도 없지 않다. 이성적으로는 아부를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본능적으로 아부를 즐길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나약한 존재, CEO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여러분의 CEO가 안녕하신지, 혹시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진 않은지 잘 살피기 바란다. 그렇다고, 시도 때도 없이 챙기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