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낮추는 공직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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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몸낮추는 댓글 0건 조회 906회 작성일 09-04-1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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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의 복지보조금 횡령, 청와대 전 행정관의 성접대 의혹 사건에 이어
 
 `박연차 게이트'와 노무현 전 대통령 연루 의혹 등 부패·비리 의혹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공직사회에 찬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감찰기관이 대대적인 공직감찰에 나섰고, 공무원들은 술자리로 이어질 수 있는 저녁 약속을 피하는 등 공직사회가 바짝 몸을 사리고 있다.

더구나 정부 내에서는 올해 상반기 잇따라 발생한 부패사건 때문에 한국의 국가청렴도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대두하고 있다.

◇공직감찰 `칼바람' = 최근 발생한 부패사건의 후폭풍으로 현재 관가에는 공직감찰의 `칼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행정안전부 기동감찰반, 감사원, 경찰, 지방자치단체 감사반까지 대대적인 감찰활동에 나섰다.

감찰기관들은 근무실태에 대한 공직기강 점검 활동뿐만 아니라 부패행위가 의심되는 공무원의 경우 불시에 사무실 현장을 급습해 개인 서랍까지 열어보는 등 고강도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앙부처 암행감찰반이 금품수수가 의심되는 고위 세무공무원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몸수색'을 하려다 해당 공무원이 크게 반발하는 사례마저 빚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감찰기관 관계자는 "고위 세무공무원이 업체 사람과 식사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포착,
 
해당 공무원의 옷을 뒤져 금품수수 여부를 확인하려 했다"며 "하지만 해당 공무원은 `영장을 가지고 오라'며 크게 반발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고강도 공직감찰과 맞물려 공무원들도 스스로 몸을 사리고 있다.

최근 중앙부처 기관장들은 직원회의를 통해 `술 약속을 삼가라'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는 전언이다.

모 경제부처는 직원들에게 `여성 접대원이 있는 음식점에 출입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달했고,
 
다른 중앙행정기관은 업체 직원들과 부적절한 술자리를 갖지 말라는 내용을 자체 행동강령에 반영했다는 후문이다.

정부중앙청사에서 일하는 한 고위공무원은 "간부회의에서 `술 약속은 알아서 잡지 않고 조용히 일하는 게 좋다'는
 
취지의 지시가 떨어지고 있다"며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부적절한 행동으로 구설에 오르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경제부처의 모 사무관은 "외부약속을 잡더라도 식사만 하고 끝낸다"며 "밖에서 사람을 만나기보다 조용히 일만 하고 지내는 게 오히려 맘이 편하다"고 말했다.

◇`국가청렴도' 저하 우려 = 고강도 공직감찰과 공무원들의 공직기강 확립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 내에서는 국제기관이 평가하는 한국의 국가청렴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반부패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한국은 10점 만점에 5.6점을 받아 조사 대상 180개국 중 40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점수로는 0.5점 개선됐고 국가별 순위에서는 세 단계 상승한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한국의 청렴도 순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세계경제포럼, 미국 헤리티지 재단 등 11개 기관이 측정한 부패인식도를 종합해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한다.

특히 세계은행 등 주요 기관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 기업인이나 애널리스트, 특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부패인식도를 측정한다.

따라서 대형 부패사건이 터지면 한국에 대한 부패인식도는 나빠지게 되고, 당연히 TI가 발표하는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도 낮아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반부패 정책을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국제기관들의 부패인식도 조사는 대개 5-6월이면 마무리된다"며
 
 "상반기에 대형 부패사건이 워낙 많이 터졌기 때문에 올해 국가청렴도가 낮게 평가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