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남긴 마지막선물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마지막 선물 댓글 0건 조회 730회 작성일 09-05-25 11:49

본문

그건, 그의 결벽이었을까요.
나는 이제 어디서 희망을 볼까요.

노무현 전대통령이 숨졌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지금 나는 그것이 꿈이기를 바랍니다.
잘못 들었기를 바랍니다.

아직 모두 살아있는데.
전두환도, 노태우도, 김영삼도, 이명박도 모두 살아있는데

왜 그가 먼저 가야했단 말입니까.
그는 정말 스스로 자기 몸을 던졌을까요.

한참을 미천놈처럼 마루바닥을 구르며 울고 울다가
"이건 아닐꺼야, 이건 아니야"를 외치며 부정하다가,
다시 인터넷에 들어가보니 그의 사망을 경찰이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바보...
살아서도 바보였던 당신은 죽을 때조차도 바보처럼 죽었군요.
난,
난 어디서 희망을 보라고. 난 어디서 희망을 보라고....

누가 내게 거짓말이라고 말해줘요. 누가 내게 꿈이라고 말해줘요.
이건 다 거짓말이라고, 꿈이라고... 난 아직 봉하마을에도 못 가봤단 말입니다. 아직도.....


새삼스럽게, 노무현 대통령 당선되던 그 때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이겠지요. 그때, 저는 우리나라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그의 당선을 위해 이곳에서 제한된 힘이나마 다 해서,

바로 지금 앉아 있는 이 자리에서 사방으로 독려의 메시지를 보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원했던 대로, 대통령이 되어 주었습니다.

집권 후, 그는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극우들이 자신들의 기득권 방어를 위해 온갖 음모를 꾸미는 그 속에서도, 그는 우리 시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옹호하려 애썼고, 국제관계에 있어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고, 그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가장 깨끗하게 국정에 있어 최선을 다했습니다.

물론 그 역시 사람인지라, 실수가 없을 수 없었고, 과연 내가 왜 이 사람을 지지했나 싶을 정도로 실망을 준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역대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직책을 다 했고, 퇴임 후에도 자신의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짓는 모습으로 '낙향'이라는 단어보다는 '귀향'이라는 단어가 훨씬 더 어울리는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 대통령의 실정이 계속되면서 그의 모습은 새삼스럽게 더욱 위대해 보였습니다. 한국에서 정계에 앉으려면 무엇보다 가장 크고 든든한 빽인 이른바 서울대 고려대 연대를 뜻하는 'SKY' 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른바 '경기 서울 경복'으로 일컬어지는 고등학교 인맥의 빽도 없었고, 그들 기득권 세력들이 모두 칼이 되어 그를 겨누고 있었습니다.

아마 그가 재임했던 시절에 있었던 사법부의 반란 역시 그가 '한국의 일반적 기득권'의 그림에서 크게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작용한 면도 적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과연 누가 그만큼 깨끗하려 했습니까? 누가 그만큼 주어진 '룰'을 '지키려' 했었습니까? 누가 과연 그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대통령직에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누가 그런 노무현을 죽였습니까?

바로 노무현을 지지하고 뽑고, 그리고 외면했던 우리 모두가 노무현을 죽인 것 아닙니까?
노무현의 죽음은 바로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회주의에 쪄들고, 그들이 남발한 '돈 만들어줄께' 하는 말도 안 되는 공약에 소중한 표와 양심을 팔아먹은 당신, 바로 당신의 책임 아닙니까?

그리고 그에게 막중한 기대를 걸며, 그가 이 시대를 다시 짊어져 주기를 바랬던, 그래서 내가, 그리고 당신이 그의 어깨에 올려놓았던 짐이 그를 죽음으로까지 몰고간 것 아닙니까?

다른 건 몰라도 한가지는 확실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앞으로 분명히 이명박씨의 행보를 자유롭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에게 영원한 족쇄가 되어, 그가 죽을 때까지 그의 발에 그대로 묶여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열망으로 분출될 것입니다. 이 역사가, 그 막힌 물꼬를 뚫고 다시 도도히 흐를 때까지.

내 마음의 영웅이었던 노무현님의 명복을 빌며 그를 보냅니다.
그를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이렇게 그를 보냅니다.

그러면서 저는 제 마음 속에서 제 머리에 묶은 머리띠 하나를 질끈 동여맵니다.
이 정권은, 이제 내내 순탄치 못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을 던짐으로서 물꼬 하나를 틔우고 가셨습니다.
이 물꼬를 그대로 내버린다면,

당신들은 이제 시민사회의 정당한 시민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가 남기고 간 뜻을 새겨들으시길 바랍니다.

역사는, 다시 제 길을 찾아 흘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