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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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란이별 댓글 0건 조회 1,260회 작성일 09-06-0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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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십니까

어찌 가시렵니까

500만 국민의 눈물바다 힘겨워 어이 건너시렵니까

하늘이 하늘인 줄 몰랐습니다

하늘이 주저앉고서야 하늘 무너진 줄 알았습니다

어리석습니다

뒤늦게 구릿빛 참회를 쏟아내는 우리는 참 어리석습니다



보이지 않으십니까

오뉴월 뙤약볕보다 뜨거운 눈물을 끝없이 끝없이 흘리는 저 행렬이

들리지 않으십니까

소용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가슴 치며 목놓아 통곡하는 저 비통함이



아! 그럼에도 당신은 한사코 가십니다

정든 고향마을 한 바퀴 훠이 돌고

마지막 서울 나들이 길 덤덤히 돌아보고

사랑하는 사람에 차마 이별조차 고하지 못하고

노란 슬픔으로 무장한 국민이 길 가로막고 소매 부여잡아도

기어이 가십니다



아깝습니다

정치인 노무현이 아깝습니다

옳다면 가시밭길 마다치 않던 당신

국민과의 약속을 금과옥조로 여기던 당신

민주주의 위해 한 몸 기꺼이 던지던 당신

고루 잘사는 세상 만들겠다며 고군분투하던 당신

시대보다 앞서 내다보던 당신이 아깝습니다



사랑합니다

인간 노무현을 사랑합니다

대통령 보러온 국민요청 마다치 않고 트로트 한 소절 불러주던 동네 아저씨

아버지!하고 부르는 군장병에 아들아! 해주던 그 아버지

아이스크림 먹는 손녀 손 시릴까 손봐주던 정 많은 할아버지

트랙터 몰며 농사짓던 성실한 농부

떨치고 가는 마지막 길 경호원 목숨까지 아끼고 간 사람

인간 노무현을 사랑합니다



알 것도 같습니다

왜 그리 황망히 떠나야 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당신은 샛별같이 보배로운 양심의 소유자이기 때문입니다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라면 양심 따위 버리는 세상

목적을 위해서라면 불의와 타협도 밥 먹듯 쉬운 세상

당신은 양심으로 웅변해야 했습니다

당신을 믿고 지지해준 국민을 배신할 수 없었습니다

배신보다는 양심을 지키고 떠나야 했습니다



당신 뜻을 받들겠습니다

눈물 거두고 당신 뜻에 따라 용서하고 화해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가로막혀 있습니다

용서를 구해야 할 검찰이 언론이 이 정부가 잘못을 모릅니다

탁 트인 곳 놔두고 저 구석에 분향소를 만들고

울분에 찬 국민의 목소리를 정부에 도전하는 불순세력으로 몹니다

글로써 당신을 수없이 찌른 언론권력은 또 궤변을 늘어놓습니다

증거도 없이 벼랑 끝으로 당신을 내몬 검찰의 낯도 두껍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제 보내 드리겠습니다

불의에 맞서고 소통해야하는 건 남은 우리의 몫입니다

고단한 이승의 짐 내려놓고 편히 쉬십시오

행복했습니다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