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가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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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의도 댓글 0건 조회 801회 작성일 09-06-0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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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국내 대표 증권사의 수장들이 속속 바뀌면서다. 김성태 사장이 이끌어온 대우증권은 임기영 IBK투자증권 사장에게 조타수를 넘긴다. 우리투자증권은 박종수 사장이 물러나고 황성호 PCA투신운용 사장이 새로 부임한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경력과 고려대 학맥으로 ‘MB코드 인사’ 논란에 휘말렸다.

신임 사장들이 전문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얘기할 필요는 없다. 이미 시장에서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두 명 모두 인터뷰한 기자도 시장의 판단에 동의한다.

임 사장은 살로먼브러더스 한국 대표, 삼성증권 IB본부장, 도이치뱅크 부회장 등을 거치며 국내 손꼽히는 IB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씨티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황 사장은 그리스, 헝가리 등 국외 은행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바 있다. 증권사와 운용사 CEO를 거쳐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전임 사장들의 성과가 괜찮았는데 임기 중 바꿔도 되겠느냐”는 지적에도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인사는 어디까지나 인사권을 가진 이의 고유 권한이니까. 대우증권의 대주주는 산업은행이고, 산업은행은 정부 소유다. “산업은행 민영화에 앞서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다”는 대우증권의 설명에 굳이 반기를 달기 어렵다.

우리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는 예금보험공사가 7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다. 정부가 이래저래 입김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뭔가 씁쓸하다. 인사에는 원래 말이 많다지만 이번 금융권 인사는 좋지 않은 선례인 것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정치권과 이러쿵저러쿵 말이 나오는 모습이 좋지 않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순항하던 금융기업에 새 인물이 나선다는 게 그렇다.

글로벌시장은 전쟁터다. 작은 전략 실수 하나로 100년 전통 기업이 사라지는 판이다. 오죽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생존 걱정 없이 지속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을까.

이런 때 최고경영자가 가슴속에 품어야 할 최대 화두는 어떻게 자신이 맡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키우느냐다.

그런데 전임 사장들이 임기 중 물러난 걸 본 신임 CEO들이 정치권 인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권에 한눈 팔며 기업 경영을 하면 역량이 분산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긴 안목으로 경영전략을 짜기도 어려울 터다.

더 큰 문제는 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이 꿈을 갖지 못한다는 데 있다.

정치인의 최종 꿈은 대통령이다. 이와 비슷하게 기업에 들어온 직장인의 꿈은 CEO다.

내부 승진은 고사하고, 저 멀리 정치권에서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선장’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은 직원들에게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꿈과 비전을 갖고 회사에 열정을 바치라”고 말하기도 어렵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