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지 못한 돈 정리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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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떳떳지 못한 돈 댓글 0건 조회 698회 작성일 09-06-1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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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이 언젠가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봄맞이 대청소'에 비유했다. 집안을 청소하려면 창문도 열고, 가재도구도 이리저리 옮기며 쓸어담거나 닦는 어수선한 과정은 불가피하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도 그러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상쾌해야 할 대청소의 뒤끝이 영 개운치 않다.

관심이 집중됐던 노 전 대통령과 그 가족의 640만달러 수수 부분이 영구 미제로 남게 됐다는 점이 주 요인일 것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혐의가 인정된다면서도 고인의 명예훼손을 우려해 구체적인 수사 내용과 증거를 '역사(歷史)'에 묻어버렸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적용하려던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의 진실 여부도, 640만달러의 진실과 그 사용처도 명쾌하게 규명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했지만, '표적수사'라는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검찰 책임이 있다거나 수사관행에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데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죽은 권력'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부터 강도 높게 수사하면서 때로 피의사실을 공표한 반면 '산 권력'에 대해서는 눈치를 살폈다는 게 적지 않은 국민의 인식이다. 수사가 마무리된 현재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을 모색해야 할 이유다.

“규명이 불가능해진 수뢰 의혹…盧 전 대통령 유족이 자진 반환하는 게 도리”

노 전 대통령 유족도 해야 할 일이 있다.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이 부정한 것이었는지 여부를 재판으로 가리기는 불가능해졌다. 640만달러를 받았는지도 확실치 않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유족만이 그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얼마를 받았든 법적으로 그 돈의 소유권은 유족에 있다고 한다. 박 회장이 돈을 돌려받을 뜻이 없다고 진술했다는 보도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돼서는 곤란하다. 부정한 돈이 아니더라도,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이 있다면 원상으로 되돌려놓는 게 온당하다. 검찰이 언급한 혐의를 인정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고인의 영면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라는 얘기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인생을 관통한 것은 도덕성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지난 2월쯤 100만달러의 존재를 알게 된 뒤 엄청나게 화를 냈다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전언과 거의 탈진한 상태에서 말도 제대로 못했다는 한 측근의 발언은 노 전 대통령이 도덕성을 얼마나 중시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문 전 실장 얘기는 노 전 대통령을 분노케 한 떳떳하지 못한 돈이 일부 있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아직 비통에 잠겨있을 유족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부담스럽다. 성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인을 위해, 그리고 고인을 배웅한 수많은 국민들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요즘도 매일 '부엉이 바위'를 바라봐야 하는 유족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을 응어리를 풀고, 죄책감을 더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일례로 박 회장 돈으로 미국 뉴욕의 고급주택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면 처분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들과 조카사위가 설립한 투자법인에 남아있다는 돈, 일부 투자됐다는 돈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이 돈도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한다.
 
억대의 외제 시계 역시 맞는 얘기라면 그대로 갖고 있어선 안 된다. 박 회장에게 돌려주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뜻깊은 일에 쓰이도록 기부해도 괜찮을 것이다.

유족이 이 문제와 관련해 반환 시기와 방법을 이미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믿고 싶다. 화급을 다투는 일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꼭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