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 1세대, 그들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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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기유학 댓글 0건 조회 680회 작성일 09-07-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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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과 함께 '세계화' 열풍이 불어닥쳤다. 이듬해부터 2000년까지 최소 1만명 이상의 10대가 국내 학교를 자퇴하고 외국으로 떠났다. 이른바 '조기유학 1세대'다.

이때 떠난 이들이 막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본지가 조기유학 1세대 100명을 인터뷰한 결과, 국내기업에 취직한 이들의 평균 연봉은 연차 3년에 4300만원이었다.
 
이 액수가 많은지 적은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래도 '투자비용'에 못 미친다는 점 하나는 분명하다.

비용과 수익의 저울에 올려놓고 달면, 1990년대부터 불어 닥친 조기유학 열풍은 '실패한 실험'이다. 떠날 때 꿈대로 아이비리그를 졸업하고 억대 연봉의 금융 엘리트가 된 이는 소수였다.
 
대부분은 남보다 조금 더 버는 '샐러리맨'이 되는 데 그쳤다. 바로 그 '조금'을 위해 부모들은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씩 해마다 수천만원을 송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유학 1세대들은 열명 중 아홉명이 "나의 조기유학은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너무나 외로웠고, 그동안 들인 비용과 노력을 생각하면 지금 처우가 불만족스럽다"면서도, 열명 중 여덟명이 "나중에 내 자식도 조기유학 보내겠다"고 했다.

이들이 조기유학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답했다.
 
 중2 때 유학간 모영준(29·부동산 컨설턴트)씨는 "미국의 교육은 'a+b=c'라고 무조건 주입하지 않고 왜 a+b는 c가 되는지 설명하는 방식"이라며 "덕분에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행복은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희망으로 이어졌다. 조기유학 1세대들의 경우, 현재 처우에 대한 만족도는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언젠가는 잘될 것"이라는 자신감은 공통적이었다.

조기유학 1세대가 어린 나이에 타국에 나가서 얻은 가장 큰 수확으로 학벌도, 영어도, 돈도 아닌 '행복'을 꼽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달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5000명에게 행복도를 묻고, 2006년 OECD 회원국 조사와 비교해봤다. 한국의 행복도가 꼴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