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노조에서 치고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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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검증 댓글 0건 조회 2,323회 작성일 06-09-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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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세평]검증위원회를 만들겠다고?
 

고정필진 webmaster@idomin.com

 
 
경남도가 옛 한국철강 터 토양오염사태에 내린 행정감사 결론은 꽤나 희극적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까 하위 자치단체에 덤터기를 들씌운 속사정은 그러려니 할 수 있다. 정작 웃음거리는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말단징계’ 사유를 뽑아놓고 당당해 하는 강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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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를 지을 대지에 중금속이 다량 묻혀 있다면 그건 예삿일이 아님에 틀림없다. 건축 계획을 수립하는 기초단체나 허가청인 광역단체가 하나같이 신경을 곤두세워 대책을 세워도 모자랄 중대사다. 그런데 그런 막중한 책임영역의 거의 전부를 7급 공무원 한 명에게 땜질 시키다시피 했으니 그걸 믿으라는 건가.

희극적인 소재는 지금부터가 본령이다. 권한이 크면 클수록 책임도 비례해서 커지는 법이다. 한철 터의 경우 최종 허가권자는 도지사다. 마산시장이 나름대로 완벽한 개발계획을 세워 허가를 청해도 어딘가에는 미비점이 있을 수 있고 그걸 구실로 반려 내지 유보 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그 권한에는 더 큰 책임이 뒤따른다. 혹시라도 빚어질 수 있는 민원을 예방하는데 한 차원 높은 통찰력을 기울여야 하고 국토의 균형 발전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난개발을 방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경남도가 따로 도시계획위원회나 건축위원회를 두어 대단지 적법심의를 벌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러면 중금속이 은폐된 아파트 허가는 고의든 실수든 경남도가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납득하기 어려운 자체감사

은폐라는 단어를 동원했지만 그동안 시와 도의 설왕설래에서 의견서 형식의 보고서가 도에 전달된 것만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정형화 됐으며 따라서 완전은폐도 아니다. 제기된 문제점마저 소홀히 취급한 죄는 어쩔 건가.

감사주체에 따라붙은 구설수는 경남도의 문제의식에 오류가 만재돼있음을 시사한다. 허가과정에 관여한 공무원은 중금속 오염 사실의 인지여부를 불문하고 피감 대상이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환경관련 직접 당사자는 아닐망정 주택 행정 주무과장으로서의 지분책임까지 소멸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감사업무를 지휘했다니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감사관이 한 명 뿐이어서 어쩔 수 없었노라고 말한다면 그것 또한 책임성을 의심받게 만드는 안일한 발상이다. 법률용어에서 뜻하는 제척 사유는 오로지 재판관이나 법원서기에 국한되는 용어는 아닐 것이다. 불공정한 결과를 낼 수 있는 행정적 판단에도 얼마든지 원용해 쓸 수 있을뿐더러 또 그래야만 신뢰감이 생긴다. 하위단체와 말단 직원에게 엄하고 상위단체와 고위 직원에게 면피성을 안긴 이번 결과는 그런 탓으로 거부감을 일으키게 한다. 뿐만 아니라 감사자체에 대한 신빙성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런 차제에 의회 질의응답을 통해 수면위로 부상한 인허가 업무투명성 높이기 방안은 그 고심의 순수성을 칭찬 받는데도 불구하고 악화된 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고단위 응급처방이라는 또 다른 혐의에서 결코 자유스럽지 못하다. 언론도 일단 반기며 긍정적 지원사격을 보냈고 도의회 질의 의원 역시 대단히 다행이라고 추켜세웠지만 과연 그럴까.

본질문제와는 거리 멀다

알려진 대로 인허가 업무 검증위원회가 설치된다 해도 공직시스템에 숨어있는 구조적 병폐나 잠재돼 있는 비리를 걸러내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인허가 사항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가, 요건은 제대로 갖추었으며 형평성에 위배되지 않는가 등 제도적 적합여부를 판단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철강 터 사태와 관련해서 말하건대 도 건축심의위원회나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이 앞으로 위촉될 검증위원들보다 그 분야 전문식견이 부족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옥상옥의 여지를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변칙수법을 구사하게 되면 들통 나기 전에는 어느 구름에 비가 실렸는지 분별하기 어렵다. 어디 실무 공무원들 뿐이겠는가. 아니 할 말로 단체장의 카리스마도 언제 어느 때 양날의 칼이 되어 위원회의 자율성을 침범할지 모른다.

문제개선의 해답은 결국 본질로 돌아간다. 공직사회의 신상필벌을 서리처럼 차갑게 해서 기강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제집 식구 껴안기 등의 사적 인정주의가 부패의 그늘이 된다. 한국철강 터 사태와 자체감사결과는 그런 보편적 가치가 손상된 모델로 회자될 것이다.
/윤석년(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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