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평가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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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면평가 댓글 0건 조회 1,099회 작성일 09-07-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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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면평가의 문제점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각종 제도를 고안해 낸다. 제도는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호간에 필히 지켜야 할 약속이고,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그 사회는 혼란은 물론 대인관계의 마찰도 피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통틀어 봐도 완벽한 제도는 없었듯이 불행하게도 인간은 단점이나 문제점이 전혀 없는 제도를 만들지 못한다. 모든 제도는 당초 좋은 뜻에서 만들어져 출발하지만 시행되면서 각종 불합리와 함께 문제점들이 나타난다.
 
최근 진주시는 각 직급의 승진 인사를 앞두고 일부 직급에 대한 다면평가를 실시했다. 현행 다면평가제도는 기능직부터 시작해 9급, 8급 등 하위직에서 5급, 4급 등 고위직까지 모든 직급의 승진에 예외 없이 다면평가를 하게 돼 있다.
 
모든 조직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공무원 조직은 오직 승진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의 의사를 일정 부분 반영시켜 인사권자의 일방적인 인사 전횡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출발한 다면평가제도는 나름 본래 목적의 성과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이미 너무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 근본적인 손질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단 인사가 끝나면 다음 대상자들이 결정되고, 이들은 시험(다면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이때부터 선거전(?)에 돌입한다. 다음 인사 때까지 무려 6개월 동안 업무는 뒷전이 되기 일쑤다.
 
직원들을 상대로 문자 메시지, 이메일, 전화 등으로 안부 묻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경조사에 참석해 자신이 주빈인 것처럼 전면에 나서 하객(동료 직원)들에게 읍소를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일상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봐줄 만한데 10개 이상의 계모임에 가입하고, 휴일이면 각종 행사에 일일이 얼굴 내밀고, 기부 봉투 아니면 하다못해 음료수 박스라도 기증해야 하니 아무리 승진도 좋지만 본인도 죽을 맛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점입가경이다. 학연 지연 혈연의 동원은 물론 아예 팀을 꾸려 자기 편 포섭에 나서고, 행여 평가위원이 돼 자신에게 불리한 점수라도 줄까봐 아예 각종 선물 공세까지 펼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으니 업무가 눈에 보일 리가 있겠는가.
 
이러다가 돈 봉투까지 돌리는 사태로 발전되지 않을까 겁난다. 각종 부정부패가 판치던 옛날 우리 한국사회 선거의 축소판이 아닌가 할 정도로 공직사회가 어지럽게 돌아간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현행 승진제도가 근무평정과 다면평가로 결정되지만 사실상 직속 상관으로부터 받는 근무평정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반면 다면평가는 점수차가 커 이것으로 승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근무평정이 우수해도 평가위원 30명 중 5~6명만 빵점이 나오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에 고른 득점을 해야 하는 승진 대상자들의 몸부림이 결국 있어서는 안 되는 희한한 행태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근무 성적과 업무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공직사회가 결국 직원들의 인기투표로 승진이 결정되는 현행 다면평가제도를 이대로 둬야 할 것인가.
 
모든 공직자들이 다면평가의 문제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도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이대로 더 방치하면 큰일이 된다. 아니 이미 큰일이 되고 있는 문제 많은 제도를 알고도 방치하는 것은 더 큰 잘못이다.
 
강 진 태
사회2부 국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