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집필에 머리를 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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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 댓글 0건 조회 2,765회 작성일 06-10-1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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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내가 받은 추석 선물들
 

김주완 부장 wan@idomin.com

 
 
기자가 촌지를 받거나 윤리규정을 벗어난 선물을 받았다면 당연히 징계감이 된다. 거기에 대가성이 있다면 사법처벌도 받을 수 있다. 물론 준 사람도 처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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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한 좋은 사례가 최근 하나 생겼다. 작년 추석 기자들에게 촌지를 돌린 충주시장이 당선무효형을 받아 시장직을 박탈당한 것이다.

큰 돈을 준 것도 아니다. 시청 공보담당관을 통해 17명의 출입기자에게 135만원을 줬다고 하니, 1인당 평균 8만원이 채 안되는 돈이다.

이 사실을 선관위에 신고하고 보도한 <대전일보> 기자는 촌지의 열배 정도에 해당하는 1300만원을 포상금으로 받게 됐다고 한다.

시장 자리에서 쫓겨난 사람에겐 안됐지만 정말 쌍수를 들고 기뻐할 만한 판결이다. 이 판결로 공보실의 관행적인 촌지 문화(?)가 근절되길 기대해본다.
촌지 돌린 충주시장 퇴출

알다시피 경남도민일보는 전국 언론사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사원윤리강령과 기자실천요강을 갖고 있다. 현금은 물론 선물도 1만원 미만의 기념품류를 제외하곤 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 특히 99년 창간 때 가장 크게 내세웠던 슬로건도 '촌지 안받는 기자, 언론개혁에 앞장서는 신문'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잘 모르고 도민일보 기자에게 촌지나 선물을 건네던 자치단체나 기업도 해가 갈수록 줄어들어 결국은 사라질 줄 알았다.

그런데, 꼭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올 추석 내가 받아 되돌려 주거나 기자회를 통해 처리한 선물만 해도 결코 적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작년 추석이나 설보다 더 늘어났다.

화장품과 치약·칫솔·샴푸·비누 등이 가득 든 대형상자 하나, 또다른 생활용품 한 세트, 20만원 상당의 홍삼정관장 한 상자,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선물상자 하나, 양주(로얄살루트 21년산) 한 병, 얼마짜리인지 확인해보지 않은 상품권 한 장이 그것이었다.

이 가운데 하나는 택배사 직원에게 반송처리했고, 상품권은 그 자리에서 돌려줬다. 일방적으로 배달돼 온 3개의 상자는 기자회를 통해 마산 중리종합사회복지관에 전달됐고, 양주 한 병은 어떻게 처리할 지 아직 고민 중이다.
제발 도민일보는 빼주세요

이해할 수 없는 건 택배회사의 처사다. 받는 사람의 의사를 확인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놓고 갈 수 있느냐는 거다. 백화점의 배달사원도 마찬가지였다.

내 옆에 앉아 있는 정현수 부장은 '받는 즉시 냉장보관하라'는 표시가 된 더덕을 일방적으로 받아 골머리를 앓다가 결국 기자회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복지관에 가져다 주는 수고를 하기도 했다.

가장 처리하기 곤란한 건 양주다. 이건 복지관에 갖다 줘도 처리가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한 때 경남도민일보 기자회는 그런 술을 모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경매를 했다. 그렇게 돈으로 바꿔 복지관에 전달했던 것이다.

그러나 처리과정이 너무 재밋거리로 전락하는 것 같아 그것도 중단됐다. 묘안이 나오지 않으면 택배비를 다시 들여서라도 반송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골치만 아프게 하는 선물이나 촌지가 창간 7년이 넘도록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일부러 골탕을 먹이려고 그런 것 같진 않다.

그럼 뭘까? 결국 문제는 끊임없이 알리지 않은 우리에게 있는 것 같다.

창간 초기에 '21가지 약속'을 통해 공표했던 것과 윤리강령·실천요강 제정과 개정소식을 보도했던 것 외에는 대외적으로 환기시키는 노력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선물을 보낸 사람에게 그걸 어떻게 처리했다는 걸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나도 보낸 사람의 휴대전화 번호를 아는 경우엔 문자 메시지로 알려줄 수 있지만, 그 외엔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보낸 사람은 '어? 경남도민일보도 선물 받는구나'하고 생각하며 다음 명절 때 또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신문사에 촌지·선물 관행이 어느정도 규모이며 어떤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독자의 중요한 알권리에 속한다. 충주시장의 옷을 벗게 만든 <대전일보> 기자도 그런 차원에서 자신이 받은 촌지를 선관위에 신고했을 것이다.

이번에 내게 고가의 선물을 보내온 사람 중에도 공직자가 포함돼 있었다. 선물의 가격도 충주시청 출입기자들이 받은 액수보다 고가였다. 하지만 <대전일보> 기자처럼 그 분의 실명을 밝히지는 않는다. 다만 앞으로 경남도민일보는 선물 발송대상에서 빼줬으면 좋겠다는 부탁말씀만은 꼭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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