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보다 많은 빚 '쪽박차기'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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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산보다 많은 빚 댓글 0건 조회 1,021회 작성일 06-10-24 08:40본문
"무리한 차입과 방만한 재정운영, 현실성 없는 사업투자 등으로…" 이달초 감사원이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재정실태 평가보고서의 한 구절이다. 20여 쪽에 이르는 이 보고서는 지난 5년간 각 시·도별 재정 위기상황과 문제점을 지적 한 뒤 적어도 재정분야에 있어서는 지방자치를 '완벽한 실패작'으로 단정짓고 있다.
올해로 지방자치 7년째. 감사원의 지적처럼 지방자치는 과연 실패한 것일까.
"한마디로 웃기는 이야기다. 손발 묶어 놓고 체력테스트하는 것과 똑같은 데 평가를 내린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가 아닌가". 중앙부처를 거쳐 현재 대구시에 근무하는 행시 출신 고위 간부의 냉소적 반박이다. 지방자치의 핵심인 행정권한 분산과 재정독립에서, 재정부문에 대한 지방의 권한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자치제 실시 이후 국세와 지방세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국고보조금 의 영향력이 도리어 증가, '마을회관'부터 '지하철'까지 모든 사업이 중앙정부 통 제로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바닥난 살림
대구시의 살림은 '쪽박을 차기' 직전이다. 현재 안고 있는 빚은 올 한해 예산 2조 3천280억원을 능가하는 2조3천969억원. 올부터 매년 5천억원 이상씩 부채 상환을 해야 할 처지다.
따라서 신규 사업은 엄두도 못내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처지다. 장부상으로 따져보면 민선자치제 이후의 '방만한 재정운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95년 1조3천600억원이던 지방채 규모가 문희갑 시장 취임 6년사이 두배 가까이 늘어난 탓이다.
예산에서 지방채가 차지하는 비율도 95년 5.9%에서 98년에는 30%까지 증가했으며 세입 대비 채무상환비율도 23%를 웃돌고 있다. 경북도도 지방채 규모(4천480억)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재정자립도는 30%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다.
자체 세수가 형편없는 기초단체의 재정은 더욱 보잘 것 없다. 대구남구청은 지난 해 15억원의 사업예산을 포기했지만 경상비에서 10억원에 이르는 세수부족분이 발생, 시로부터 긴급 수혈을 받아 올 2월 결산작업을 겨우 마칠 수 있게 됐다.
올해도 자체사업비는 고작 34억원으로 컴퓨터 등 장비구입비와 용역비를 쓰고 나면 소방도로 하나 닦을 돈도 남지 않는다. 서구청도 지난해 세수결손을 우려해 ' 초긴축예산'을 편성했지만 17억원이 부족, 정년퇴직자의 퇴직금 8억4천만원을 올 예산에서 끌어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지방채 남발
대구시가 안고 있는 부채의 33.9%(8천580억원)가 지하철 부채다. 여기에다 하수처리율을 높이기위해 진 빚이 1천840억원에 이른다. 두 사업 모두 정치적인 문제와 연관돼 있다.
김인환 대구시예산담당관은 "페놀사태로 인한 불신감 해소와 위천단지 조성을 위해 국고보조가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빚을 내 하수처리율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며 "전국에서 하수처리율이 100%에 이르는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하철사업도 관선 단체장 시절 시작한 것이지만 부산 등 타도시에 비해 국가보조금이 턱없이 낮게 내려와 부채를 질 수밖에 없었다"며 '억울한 빚'임을 강조했다.
자치단체 재정이 얼마나 '외풍'에 약한 지는 수치로도 분명히 나타난다. 대구시 예산이 9천억 수준이던 92년 국고보조금은 900억원. 그러나 94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시예산은 1조를 넘어섰지만 보조금는 평균 600억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조금이 줄면 시세가 늘지 않는 한 지방채 발행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하종호 대구시의회 예산결산위원장은 "지방정부의 재정능력은 용돈을 타쓰는 어린애 수준"이라며 "지방채도 정부의 승인을 받는 실정이므로 빚을 많이 내 지역투자사업을 하더라도 결국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主 지방=從
자치단체의 허약은 기형적인 조세제도에서 출발한다. 94년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78.1대 21.9. 하지만 지방자치 시행 6년째인 지난해에는 80.3대 19.7로 지방세의 비율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IMF를 거치면서 지방세는 줄었지만 국세는 상대적으로 증가한 탓이다. 실제 90년 이후 10년동안 중앙정부 예산은 215%가 늘었지만 지방은 162%증가에 그쳤다.
따라서 예산에서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대구시는 50%, 경북도는 20% 수준이다 . 지방교부세와 양여금, 국고보조금 등 중앙예산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지방정부 재정운영의 '관건'은 중앙부처를 상대로 한 줄대기와 로비다. 정권 이 바뀔 때마다 나타나는 특정 지역 '특혜론'의 배경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황대현(달서구청장) 전국기초단체장협의회장은 "연간 1조에 육박하는 특별교부금이 행 자부장관 재량에 있고 국고보조금도 정치권 입김에 좌우되는 실정"이라며 "자치단 체장은 경상비와 인건비 등 내핍 노력을 통한 쥐꼬리만한 재원확충 이외에는 힘이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방자치 실시 이후 줄곧 국세의 지방세 전환을 요구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재정분야에서는 아직도 '중앙 종속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자치단체라고 다 그런 건 아니다. '돈'과 '사람'이 몰리는 서울과 경기도는 지방세 증가로 자립도가 오히려 높아져 지방재정에서도 수도권과 지방과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무늬만 '지방자치'인 현재의 모습은 앞으로도 나아질 전망은 밝지않다. 중앙정부 가 걸핏하면 지방정부의 작은 자치권마저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 는 지난해 12월 지방자치의 기조를 흔드는 조치들을 잇따라 발표했다. 재정운영에 문제가 있는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서면 경고제를 비롯 '재정 인센티브제'와 '페 널티제'를 시행하겠다는 게 그 것. 즉 매년 성적을 매겨 정부의 예산정책에 따르 는 자치단체에게는 지방교부세를 더 주고 말을 듣지 않으면 교부세를 깎겠다는 발상이다. 결국 가뜩이나 재정이 취약한 지방은 '자금'을 통제수단으로 삼은 중앙정부에 더욱 예속될 수 밖에 없다.
계명대 윤영진(행정학)교수는 "중앙정부의 재정정책은 한마디로 지방자치를 거꾸로 돌리려는 것으로 지방의 능력을 믿지못하겠다는 불신에서 출발하고 있다"며 " 정부는 제대로 지방자치를 시행하지도 않은 채 더욱 족쇄를 채우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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