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無 문책無 신뢰無 주택정책/육철수 논설위원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육철수 댓글 0건 조회 1,414회 작성일 06-11-13 20:54

본문

 

요즘엔 두셋만 모였다 하면 온통 집값 얘기다. 자고 나면 아파트 값이 몇천만원에서 몇억원씩 뛰는 세상이니 화제가 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집값은 너무 올라도 탈인 모양이다.
 
 한 곳에서는 세금 많다고 야단이고, 다른 데서는 적게 올랐다고 불평이다. 오를려면 비슷하게라도 올라 줘야 하는데 그게 인위적으로 불가능하니 저마다 불만이다. 외환위기 8년이 지난 지금, 서울에서는 거주지가 ‘계층’을 가르는 잣대가 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참여정부 들어서 전국의 집값은 64조원이나 올랐으며, 무주택자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고, 수십억원짜리 집 가진 사람은 세금에 눌려 죽겠단다. 웬만한 집을 가진 사람도 기대만큼 안 올라서 입이 튀어 나왔으니 모두가 아우성이다.
 

SSI_20050620192305_V.jpg
▲ 육철수 논설위원

불만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정부의 부동산 정책 쪽으로 옮겨간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일곱 차례나 굵직굵직한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잠시 쉬었다가 오르기를 반복하고 있다.

 

 더구나 정책당국자가 시장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을 때마다 집값은 보란 듯이 더 올랐다. 아무리 정책에 빈틈이 있기로서니 정부 입장에서 보면 가슴을 치고 싶도록 답답할 노릇일 것이다.

 

참여정부는 3년전 수도권 전역에 분양권 전매를 금지시키고, 재건축때 중산층용 중소형 아파트를 60%까지 올려놨다. 투기지역 주택담보비율도 40%로 낮췄다.

 

지난해엔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와 종합부동산세 대상을 6억원 이상으로 왕창 늘렸다. 그도 모자라 올해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도입했다.

 

 투기·세금·금융 등 집값에 영향을 미칠 만한 구멍은 대부분 틀어막았다. 물론 공급엔 문제가 있었다. 서울·수도권의 경우 한해에 28만가구를 늘릴 계획이었지만 2004∼2005년에 8만가구씩 16만가구가 모자랐다.

 

 올해도 연말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예년 수준의 공급미달이 예상된다. 주요 집값 급등지역의 진입규제와 퇴로차단, 공급부족의 부작용을 십분 고려해도 현재의 집값 폭등은 비정상적 현상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정책에 큰 흠이 없고 실패도 인정하기 싫다는데 뭐가 잘못된 것일까. 나는 집값의 이상 폭등이 정책 외적 요인, 즉 정책당국자들에 대한 신뢰와도 연관이 깊다고 본다. 당국자의 말실수와 시장을 향한 협박성 발언이 시장의 반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경우 지난달 하순 설익은 검단신도시 계획을 불쑥 발설해서 시장을 대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추 장관의 말 한마디에 수도권 집값은 아마 수천억원이 들썩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책임질 사안이 아니다.”며 그냥 넘어갔다. 며칠전 이백만 대통령 홍보수석도 ‘4대 부동산세력’ 운운하며 “지금 집을 사면 낭패”라고 했다가 네티즌의 공분(公憤)을 샀다.

 

그에 대한 정부의 반응도 “문책할 사안이 아니다.”였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이들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도 인책요구가 거세다. 하지만 정부는 늘 그랬듯 들은 척 만 척이다.

 

정책과 신뢰는 어찌보면 별개일 수 있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시장에 믿음을 주지 못하면 허사다. 그 신뢰는 상당부분 정책당국자들에게 달렸다.

 

 정책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당국자가 깨끗하게 책임지고, 인사권자는 엄정하게 문책하는 분위기가 돼야 정책은 신뢰를 얻는다.

 

지금처럼 아무도 책임 안 지고, 문책도 없으면 시장의 신뢰가 쌓일 리 만무하다. 인적 매듭을 제때 지어야 내일쯤 나올 주택정책에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다.

[이 게시물은 전체관리자님에 의해 2007-10-10 06:41:23 나도한마디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