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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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느티나무 댓글 0건 조회 1,100회 작성일 06-12-2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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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옛적에, 내 어린 시절에 연못이 하나 있었다. 지름 약 10m의 연못 한 가운데엔 지름5m 가량의 섬이 있고 그 섬에는 큰 느티나무 한 그루와 관상목 몇 그루가 사이좋게 자라고 있었다. 연못 이야기는 이 사이좋게 자라는 나무들 이야기가 아니라, 그 연못에 사는 물고기들의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연못에는 좀 더어티하게 생긴 시커먼 큰 잉어 한마리와  작은 잉어 두마리, 그리고 역시 시커멓고 더어티하게 생긴 시커먼 토종 붕어 한 마리와 금붕어 두마리가 썰렁하게 살고 있는 것이었다. 작은 잉어 두마리중 한마리는 토종 잉어였고, 한 마리는 외국산 비단 잉어였다.
 본래 큰 비단잉어도 있었지만, 토종 시커먼 잉어가 비싸게 외국에서 들여온 비단잉어를 못살게 굴어 인근에 있는 보다 살기좋은 연못으로 옮겨야만 했다. 인근 연못에서 유유자적 품위있게 헤엄치며 햇볕을 즐기기도 하고, 한 번씩 공중으로 점프하기도 한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역시 외국에서 비싸게 쳐서 사온 작은 비단잉어도 먹이를 잘 못 얻어 먹고 한쪽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기 일쑤여서 동물 병원으로 보내어졌다. 영양실조 비슷한 증세를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금붕어 두마리 차롄가 보다. 시커먼 큰 잉어는 남의 먹이까지 먹어 영양과잉으로 비만이고, 그 놈이 남긴 것을 시커먼 작은 잉어와 토종 붕어가 그래도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기를 쓰고 있지만, 금붕어 두마리는 도망다니기 바쁘고, 그렇지 않으면 한 쪽에서 졸고 있다. 어디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까 보다. 그 전에 어디 조용한 서식지에서 제 본성을 찾도록 동물병원에 보내야 할 것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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