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화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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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합리화 댓글 0건 조회 2,240회 작성일 07-01-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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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에서 숫자 7은 한때 초자연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다.
 
신의 천지창조가 안식일을 포함해 이레가 걸렸듯, 완벽한 것은 일곱으로 구성돼 있다고 옛 사람들은 믿었다.
 
예컨대, 하늘엔 해, 달과 수·금·화·목·토 다섯 행성 등 모두 7개의 천체가 ‘완벽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근대인들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받아들이는 데 이런 설명은 골칫거리가 됐다.
 
해와 달이 행성이 아니라면, 지구를 합해 행성이 6개로 줄어드는 까닭이다.
 
사람들이 여섯 행성을 무리 없이 받아들이게 된 과정을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렇게 설명한다.
 
 “왜 6개가 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유창한 학설이 나왔다.
예를 들면 6은 첫번째 오는 완전한 수, 곧 그 약수의 합(1+2+3)과 같아지는 수이기 때문이다.
 
증명 끝. 그리고 어쨌든 천지창조는 안식일을 뺀 6일 동안에 이뤄졌지, 7일이 걸린 게 아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1955년 종말론을 믿는 한 사이비 종교집단에 숨어들어 예언이 어긋났을 때 신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폈다.
 
 종말은 오지 않았다.
그런데, 상당수 신도들은 “종말이 미뤄졌다”는 교주의 설명을 듣고는 더욱 자신들의 믿음에 대한 확신에 차서, 그 뒤 더 적극적으로 종말론을 설파해 나갔다고 한다.
 
 페스팅거는 “인간은 스스로 위선을 정당화하고자 대단히 놀라운 정신활동을 한다”고 했다.
 
지난해엔 수십년 만의‘쌍춘년’이라더니, 올해는 600년 만의‘황금돼지 해’란다.
 
근거를 지닌 얘기가 아님에도 그런 말들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지난해 결혼을 앞당겨 하게 하고, 올해 아이를 낳는 일을 합리화한다.
 
그리 해로울 게 없는 합리화다.
그러나 합리화도 잘못하면 오히려 제 발등을 더욱 세게 찍게 된다.
 
올해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지난날의 선택을 아프게 합리화했던 사람들은 그만큼 더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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