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말을 이렇게 비비 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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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외곬 댓글 0건 조회 1,862회 작성일 07-01-0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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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기자님, 대통령 말이 그렇게 들립니까?
[반론] <오마이뉴스>에 쓴 두 칼럼을 읽고 나서
btn_send.gifbtn_print.gif텍스트만보기btn_blog.gif  btn_memo_send.gif 김동민(wanju)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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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춘 칼럼 '반동보다 더 두려운 것은 패배주의다'
ⓒ 오마이뉴스
16년 전 김중배씨와 함께 <동아일보>를 그만두고 <한겨레신문>에 둥지를 틀었던 손석춘 기자.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그 후로 손석춘은 비로소 저널리스트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그런 그가 비상임 논설위원마저 그만두게 되었다는 소식에 마음이 짠했다. 그리고 어제(1월 3일) 다시 <오마이뉴스> 칼럼니스트로 복귀한 그의 글을 보고는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연 이틀 연타를 날린 오늘 글을 본 소회는 그의 심정과 똑같다. "솔직히 쓰기 싫습니다. 새삼 손석춘 기자의 발언을 따따부따할 필요가 있을까 회의마저 듭니다. 공연한 시간 낭비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쓰는 까닭은 손석춘과 같은 올곧았던 언론인의 글이 더 이상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손석춘은 어제 쓴 글 '반동보다 더 두려운 것은 패배주의다'에서 "무늬만 '진보'인 노무현 정권의 실패가 생게망게하게도 진보세력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진보세력 전반에 대한 불신이 노무현 정권의 실패 때문인가? 이는 80년대식 관성에서 비롯된 진보진영 내부의 과오와 그로 인한 비판적 평가를 노무현 정권 탓으로 돌리는 비열한 책임 회피다.

<한겨레>는 386세대(35~45살)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1월 4일자에 보도했다. 이 중 '각 진보세력은 자신의 역할을 잘 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이 민주노동당 62.8%, 노동조합 73.6%, 전교조 73.2%로 나타났다. 이런 냉혹한 평가의 원인이 노무현 정권의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게 손석춘의 인식이다. 진보세력은 대통령 잘못 만나 이 지경이 됐으니 참으로 억울하겠다.

손석춘은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아 이제는 연구자의 반열에도 올랐다. 그렇다면 어떤 두 변인 사이의 인과관계를 말할 때는 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 설문조사를 하고 통계를 돌리지 않더라도 객관 타당한 근거는 제시해야 한다.

묻는다. 노무현 정권 실패의 결과가 진보세력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 맞는가? 둘 사이에는 분명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가? 생게망게하다는 표현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인과관계를 입증해주지 않는다는 건 분명하다.

오늘 아침 조간신문들에는 어제 발생한 현대자동차 노조의 시무식 소동 기사가 사진과 함께 일제히 실렸다. '난장판 된 현대차 시무식'(조선), '시무식부터 아수라장'(중앙 2면 톱), '현대차 노조 "성과급 내놔라" 시무식장 소화분말 뿌려'(동아 4면 톱), '현대차 노사 시무식 충돌 아수라장'(경향) 등이 그것이다. <한겨레>는 관련기사가 없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노조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지만, 이런 방법으로 성과급 50%를 기어이 더 받아내겠다는 자세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화시대 노동운동의 선봉에 섰던 민주노조였다. 그러나 지금 이런 모습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이 부분이야말로 더 이상 '대통령 탓', '언론 탓'은 통하지 않는다.

진보 세력에 대한 불신은 이렇게 스스로 자초하는 것이지 남 탓으로 전가할 일이 아니다. 현대차 노조가, 손 기자가 자나 깨나 걱정하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처절하게 싸워본 적이 있는가? 민노당이나 전교조도 마찬가지다. 진보정치와 참교육은 실종되고 파벌과 자리보전만 남은 건 아닌가? 자신의 표현대로 '올곧은 언론인'이 비판의 과녁을 맞춰야 할 곳이 어딘지 성찰할 일이다.

손석춘은 오늘 쓴 글 '대통령이 국민평가 신경 쓰지 않겠다?'에서 어제 대통령이 한 말, "언론과 국민들의 평가에 기대하지 않는다. 포기했다"를 시빗거리로 삼았다. 그는 대통령의 말이 "독재정권이나 할 수 있는 말"이라며 "무엇을 잘못했는가를 지금이라도 겸손하게 성찰하길 권합니다"라고 했다.

손석춘은 "2006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곤두박질 친 가장 큰 까닭은 '언론 탓'이 결코 아닙니다"라고 단언했다. 한국에 언론이 <조선> <동아>만 있는 게 아니고, <한겨레>와 <경향> <오마이뉴스>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대책과 비정규직 입법,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전격 합의, 한미FTA의 일방적 추진 등 때문이라고 했다. 그럴까?

언론 탓 아니라는 건 견강부회

나는 '언론 탓'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제 허물은 들여다보지 않고 남 탓만 한다면 그건 못난 짓이지만, '언론 탓'이 결코 아니라고 강변하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다. <한겨레> <경향>을 거론하지만 <동아> <조선>의 위세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관록 넘치는 기자가 오늘의 미디어 지형을 이렇게 읽는다는 건 실망이다.

KBS 미디어 포커스는 작년 말 부동산보도 특집 프로그램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었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66%가 찬성,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반시장적이다', '세금폭탄이다'라는 <조선> <중앙> <동아>의 보도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이 공감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 종부세를 내야 하는 대상이 1.3%에 불과한 현실에서 66% 지지는 대단히 미흡한 것이며, '세금폭탄'이 모든 국민들에게 재앙이라는 식의 보도에 대해 절반 이상이 공감했다는 사실은 조중동의 위세를 증명해주는 것이다. <한겨레> <경향>이 이 터무니없는 왜곡보도를 제어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올바른 정책을 내놓아도 조중동이 왜곡하면 꽤 많은 국민들이 믿는 게 현실인 것이다.

부동산 대책은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부동산 문제로 국정에 대한 지지율이 타격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조중동의 허위·왜곡보도로 인한 여론의 왜곡은 머지않아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비정규직 문제는, 적어도 손석춘이라면 정부를 탓하기에 앞서 정규직 중심의 대기업 노조와 민주노총의 집단이기주의를 질책해야 하지 않을까?

국민 평가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말에 대해 "독재정권이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정색하는 것도 어색하기 그지없다. 내가 독해하기로는, 어차피 좋은 평가가 나오기 어려우니 지금으로서는 더 이상 신경 쓰거나 연연해하지 않고 임기 동안 해야 할 일 묵묵히 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렇다면 그 동안 잘못한 일을 차분하게 따지고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대안을 말해야지 독재정권 운운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글을 쓰는 목적이 의문스럽다.

손석춘은 "더구나 인터넷에서 그를 비판할라치면,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적잖은 지식인들이 아예 쓰지 않는 까닭입니다"라고 했다. 손석춘도 노무현 대통령 못지않게 누가 뭐라건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이다. '일부 네티즌'이란 표현은 그의 오만함을 대변해준다. 나도 그에겐 일부 네티즌일 것이다. <인터넷 한겨레>에서 확인한 바로는 결코 일부 네티즌이 아니던데.

손석춘 기자가 대통령에게 한 말이 자신에게는 해당하지 않는지 성찰해보기를 권한다. "무엇을 잘못했는가를 지금이라도 겸손하게 성찰하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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