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서민행보, 기관장은 귀족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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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보 댓글 0건 조회 716회 작성일 09-08-0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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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농촌진흥청 공무원 A씨,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대통령인수위에서 정부 출연 연구기관으로 전환하는 존폐 논란 이후 그 보완책으로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설립이 추진됐고,
 
 이제 다음 달로 재단 설립이 다가왔다. A씨와 그 동료들이 설립 준비로 휴일도 반납하고 근무한 것이 벌써 3개월째다.

서울 노원소방서 소방관 B씨와 그 동료들, 지난달 근무시간을 주일 단위로 환산해 보니 주당 평균 84시간이나 된다. 일본 소방관은 주 40시간 근무가 정착됐고, 미국이 40~56시간, 영국은 48~56시간 정도 근무한다. B씨에게 이런 외국 이야기는 꿈일 뿐이다.
 
자치단체 산림공무원인 C씨, 다른 산림공무원과 함께 1인당 평균 20만평 정도의 산림을 관리하는데, 산불위험 기간인 봄, 가을 철에는 휴일도 없이 격무에 시달린다.
 
관악 고용지원센터에 근무하는 D씨, 경기침체로 실직자가 늘면서 직원 1인당 상대해야 하는 실직자가 지난해 하루 23명에서 올해에는 48명으로 2배가 넘는다.

#장면2. 정부의 ‘공직자 골프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한 지방의 경(警)·정(情)·군(軍)·관(官) 수뇌부 4명은 기업인들과 접대 골프를 치고 기업인들이 제공한 돈으로 내기골프까지 쳤다.
 
더욱이 이들 기관장은 대통령이 여름휴가로 그 지역 모처의 휴양소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경비 대책을 세워야 했지만, 골프 라운딩을 한 뒤 술자리까지 함께했고, 그린피와 식사비 모두 참석 기업인들이 계산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힘없는’ 부처의 하위직 공무원들은 휴일도 없이 코피 쏟으며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권력 부처 고위 공무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얻을 수 있는 상황에 너무 오랫동안 젖어 있어서인지, 고위직에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쳐 버리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6월 하순 친서민 행보의 첫 방문지로 서울 이문동 골목상가를 찾았고, 생계형 범죄자 대상 특별사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시행, 개인 전 재산 기부 등 ‘서민 껴안기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니,
 
대통령은 ‘서민행보’, 권력기관은 ‘귀족행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고, 지지율 반등에 고심중인 여권 입장에서는 뼈아픈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 기적을 일으킨 주인공들인 1960∼70년대의 공직자들은 ‘정부 종합청사의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그야말로 몸 바쳐 밤낮으로 일을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요즘 가장 선망 받는 직업은 공무원이다. “취업만 한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자세로 오직 취업 준비에 찌든 대학생들로 채워진 대학도서관은 각종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公試族)들이 점령한 지 오래다.

혁신과 개혁이라는 구호는 역대 정부가 정권 교체 시마다 공직사회에 던진 화두였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이 진정한 개혁과 공직자 윤리를 체감하기 어려웠던 것은, 공직자들의 권한은 막강했지만 그만큼의 책임의식은 사실상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의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리와 부패를 발각할 확률을 높이고, 적발된 비리와 부패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처벌의 강도를 강화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또한, 고위공직자일수록 자신의 처신은 바로 부하의 처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고위 공직자가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다’는 서양 속담과 우리 속담의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만 명심해도 정권 교체 이후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