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약'인지 '독'인지 안가리고 덥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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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당 댓글 0건 조회 2,037회 작성일 07-01-16 08:28본문
대선정국은 일순간에 개헌정국으로 돌변했고, 노무현 대통령 한마디 한마디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정국의 채비를 서두르던 정치권으로서는 폭탄을 맞은 셈이다. 그 파편은 열린우리당으로도 향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특히 노 대통령의 개헌제안을 적극 환영하고 나섰던 김근태 의장은 심각한 딜레마에 처하게 됐다. 왜 그랬을까? 그동안 노 대통령과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워왔던 김 의장은 개헌제안을 전후하여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개헌제안 적극 환영하고 나선 김근태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있기 바로 전 날, 김 의장은 한 인터뷰를 통해 "통합 신당 추진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적극적인 힘과 도움을 부탁하고 싶다. 노 대통령이 마음과 힘을 같이 한다면 출범하는 신당의 당적을 갖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 입장으로 받아들여졌다. 바로 다음날 노 대통령의 특별담화가 있었고 개헌 제안이 나왔다. 김 의장은 신속하게 적극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한나라당의 수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 의장이 앞장서서 열린우리당의 신속한 당론결정을 이끄는 모습이었다. 물론 4년 연임제 개헌은 김 의장의 평소 지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개헌의 필요성에 찬성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시기이다. 개헌제안에서의 최대 쟁점은 개헌을 현정부 임기 내에 하는 것이 적절하냐 하는 문제이다. 그것이 핵심이다. 이 대목에 대한 입장정리는 사실 열린우리당으로서도 매우 복잡하고 고민이 따르는 문제이다. 그런데 김 의장은 별다른 고민의 흔적없이 노 대통령의 개헌제안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 배경은 정확히 알 길이 없다. 개헌제안에 대한 사전교감 속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김 의장의 태도가 변화한 것인지, 개헌문제에 관한 김 의장의 소신 그 자체의 결과인지, 아니면 개헌제안이 범여권의 통합신당을 추진하는 데 긍정적인 매개가 되리라고 기대해서인지, 여러 가지 추론이 가능할 뿐이다. 다만 분명해지는 것은 김 의장이 이로 인해 딜레마에 봉착하게 됐다는 점이다. 김 의장은 시기와 방법에 대한 조건을 달지 않고, 노 대통령의 개헌발의까지 전폭적으로 환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개헌제안은 출발부터 벽에 부딪힌 상태이다. 국민 10명 가운데 7명 가까이가 '현 정부'가 아닌 '다음 정부'에서의 개헌에 손을 들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개헌제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정리했고, 야4당은 청와대 오찬회동마저 거부했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서 국민들을 직접 설득하려는 모습이지만, 얼마나 여론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야당들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현실적으로 판단했을 때, 이변이 생겨나지 않는 한, 노 대통령이 개헌발의를 해도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당은 다시 노 대통령 밑으로, 신당은 흐지부지
그런데 개헌정국은 열린우리당을 다시 노 대통령과 한 묶음으로 만들어버렸다. 그것도 노 대통령이 선도하는 개헌정국에 열린우리당이 따라가는 모양새로 말이다. 물론 개헌이 결실을 맺으면 그 성과를 함께 나눌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제로에 가깝다. 결국 성과가 아닌 책임을 나누어 가져야 하는 상황이 예상된다.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어도 노 대통령은 그 과정에서 정국을 주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다르다. 다시 노 대통령에게 종속된 당으로 돌아가고, 개헌안 부결과 정국혼돈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하는 입장이 된다. 특히 신당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여론동향으로 보았을 때, 개헌을 매개로 범여권세력이 결집하고 대통합의 촉진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반대로, 신당에 대한 관심이 냉각되고 동력이 상실돼 그 파괴력이 약화되는 상황이 예상된다. 개헌논의조차도 불응한 야당에 대한 비판여론도 있겠지만, 무산될 수밖에 없는 개헌안을 끝까지 밀어붙인 여당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개헌정국의 상당기간동안 신당논의는 진척되지 못하고 개헌정국 이후에도 그 후유증이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약인지 독인지 가리지 않고 덥썩 받은 여당 노 대통령의 개헌제안을 뒷받침하고 나선 열린우리당, 그리고 이를 선도한 김근태 의장은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처한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과는 다른 처지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명분을 지키고 국정장악력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지만,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권재창출에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다면 개헌제안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현실적 조건을 함께 생각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개헌제안이 자신에게 '약'인지 '독'인지를 가리지 못하고 덥썩 받아먹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회의결이 불가능한 개헌발의에 무한정 매달리는 것이 과연 지금의 열린우리당 입장에서 적절한 것인지, 원점에서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상반기 내내 개헌을 둘러싼 논란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가부간의 매듭을 짓는 것이 여당으로서의 옳은 태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