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니란 말이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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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찰 댓글 0건 조회 742회 작성일 09-08-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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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은 '전쟁'이라고 했다. 그것도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대면 전쟁이다. 육탄전도 벌어지는…. 당연히 상호간의 감정은 격하게 끓어오르게 마련이다. 싸우다보면 그렇게 된다. 왜 싸우는지는 뒷전이 되고 오직 상대에 대한 격렬한 증오심으로 맞부딪쳐 간다.

쌍용자동차 농성 노동자들의 입장에도 이해해 줘야 할 부분은 당연히 있었다. 일자리가 없어지면 바로 그 다음날부터 온 가족이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다. 게다가 '운 나쁜 일부'에 속해서 해고당하는 고통과 울분은 더 크게 마련이다. 따라서 '옥쇄(玉碎)파업' 결의를 다질 만도 했다.

폭행·능멸 당하는 공권력

그렇다 해도 폭력이 난무하는 파업투쟁 광경은 공포와 절망이다. 농성 노동자들은 국가의 공권력에 대해 볼트·너트를 대형 새총으로 쏘아댔다. 바로 맞으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무서운 무기다. 화염병을 어지러이 던지기도 했다. 이 역시 흉기임에 틀림없다.

지난 5일에는 파업을 지원하러 몰려갔던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경찰관을 작심하고 폭행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욕설을 퍼부으며 경찰 차량을 부수어대자,
 
경찰관 한 명이 겁에 질려 차를 버리고 도망쳤다. 몇몇이 그 경찰관을 악착같이 쫓아가 집단구타를 자행했다. "경찰 아니란 말이요, 나." 경찰관은 다급한 목소리로 거듭 그렇게 외쳤다. 그래도 구타는 계속됐다.

공권력에 대한 공격이 항다반사로 일어난다면 이는 국가적 위기다. 이런 현상이 사회풍조화하면 법질서는 와해되고 만다.
 
국민은 각자의 안전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 점에서 공권력에 대한 공격자들은 무모한 공멸적 모험을 감행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과거에는 공권력에 대한 저항이 민주 투쟁의 전형으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비록 사후적이긴 했어도 법은 그 정당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이 아닌 법이 지배하는 시대다.
 
그런데도 경찰관이 자신의 신분을 부인해야 할 정도로 국가 공권력이 무시되고 능멸당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회가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지난 6일 오전에는 '쌍용차(직원) 아내모임' 회원들이, 공장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간 강기갑 의원 등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에게 물러나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강 의원 등을 끌어내려고도 했고 무릎 꿇고 사정하기도 했다. 노사 간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더 다툴 필요가 없어지긴 했지만 "안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만 노동자냐, 우리도 마찬가지로 힘들다"는 '아내들'의 절규는 오래도록 아픈 여운이 될 것 같다.

민노당도 나름대로는 노동자들을 위한다고 한 일이겠지만 노동자의 이해나 처지라고 해서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다. 전부가 함께 일자리를 잃고 마느냐, 일부의 희생을 감수하면서라도 일자리를 지키느냐의 문제였다. 민노당은 그 상황에서 한쪽 편만을 든 셈이 됐다.
 
 "결국 더 많은 노동자가 구제되지 않았느냐"고 할 것인가? 77일의 파업 후유증이 어떻게 나타날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쌍용차가 회생하면 그런 다행이 없겠지만 그러기엔 상황이 너무 나빠졌다. 진작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회생에 나섰더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유리한 입장에서 앞날을 전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힘들다"

정부에 책임을 묻는 정치권 및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높다. 왜 적극적으로 중재해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내지 못했느냐 해서다.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쌍용차를 살려내라는 요구도 있었다. 그래서 말이지만 민간기업의 흥망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개입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인지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된 듯하다.

하긴 답답한 마음에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확고한 원칙이다.
 
그걸 당당히 국민에게 설명하고 확고히 지켜내는 것이 성공하는 정부의 제1요건이다. 좌고우면하면서 대중의 눈치나 살피는 사이에 사태는 악화되기 십상이다.
 
쌍용차 파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문제가 거의 그렇다. 자기 신뢰가 없는 정부, 설득할 용기가 없는 정부는 대개 실패하고 만다. 정치사의 경험이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