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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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업가 댓글 0건 조회 870회 작성일 07-01-2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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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장이 명나라를 건국한 1368년은 유럽인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해다.
세계 중심이 중국에서 유럽으로 바뀌기 시작한 해이기 때문이다.
명나라 건국 전까지 유럽은 여러 중요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중국은 11세기 말 이미 석탄과 코크스를 활용해 용광로에서 철을 녹이는 기술을 보유했고, 연간 12만5000t에 달하는 선철을 생산했다.
영국은 18세기에 이르러야 이 정도 양을 생산한 것을 보면 당시 중국과 유럽간 격차를 상상할 수 있다.
 
발명품에 있어서도 유럽은 중국의 적수가 되지 않았다.
수력방적기, 손수레, 종이, 나침반, 인쇄기술, 화약, 자기 등 중국이 세계 최초로 발명한 제품은 무궁무진하다.
 
그렇게 잘나가던 중국이 명나라 건국과 함께 세계 경제 주도권을 유럽에 넘겨 줘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중국인들에게는 경제발전 원동력인 기업가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명나라 정부는 모든 개인기업 활동을 철저히 규제하면서 소금, 철, 차, 술 등 당시 돈 되던 모든 산업을 독점했다.
 
특히 당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최고 무대였던 해상무역활동을 전면 금지했고, 유교를 정치의 근본으로 삼아 상인을 비천한 직업으로 취급했다.
중국인 기업가 정신은 이 같은 이유로 끝없이 추락했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을 `자기 왕국을 설립하려는 의지와 꿈`이라고 말했다.
기업가 정신은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중요한 가치다.
명나라가 세계 주도권을 유럽에 빼앗긴 이유가 기업가 정신 부재 때문이었다면 우리나라가 지난 30년 동안 세계를 놀라게 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은 바로 왕성한 기업가 정신 덕택이었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이 빠르게 사그라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대학생들은 경쟁이 치열하고 업무 강도가 높은 유명 사기업보다 급여는 좀 낮지만 회사생활이 여유로운 공기업을 선호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회사 키워봐야 골치만 아프다고 재투자보다는 금융상품이나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자기 왕국을 꿈꾸며 수많은 위험을 기꺼이 감수했던 현대그룹 정주영이나 삼성그룹 이병철과 같은 영웅들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현직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기업가 정신이 위축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반(反)기업정서, 정부 규제, 노사갈등으로 나타났다.
기업인이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위험에 상응하는 물질적 정신적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가 정신에 대한 보상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에 기업할 열정이 식었다는 것이다.
정부 규제와 노사분규로 물질적 보상이 현저히 줄었고, 반(反)기업정서 팽배로 정신적 보상마저 없는데 누가 열정적으로 기업을 하겠는가.
동서고금 세계사를 돌이켜 봐도 한 나라의 기업가 정신을 결정한 주체는 항상 정부였다.
14세기 중국인 기업가 정신이 실종된 원인도 명나라 정부의 규제 정책 때문이었고, 18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 후 세계 경제 주도권을 쥐게 된 원인도 영국 정부의 자유주의 경제정책 때문이었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기업가 정신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정부가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주체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분배정책을 고수하는 정부 아래에서 어떻게 세계시장을 정복할 열정과 꿈을 갖는 기업인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기업이 진정 국가라는 생각이라면 기업인들의 일할 의욕을 꺾는 정부 규제는 신속히 풀어야 한다.
노동조합과의 기나긴 협상으로 이젠 진이 빠져버린 기업인을 위로할 수 있는 무엇을 해야 할 때다.
우리 국민은 부자(富者)가 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열심히 일한다.
그런데 우리는 부자를 괜히 증오하는 나쁜 습관이 있어 반(反)기업정서가 높다.
`부자 나라가 되기 위해선 부자를 참을 수 있어야 한다`던 윈스턴 처칠의 명언이 생각난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부자를 사랑할 수 있을 때가 우리 모두 부자가 될 수 있을 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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