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일 때와 의원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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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관 댓글 0건 조회 762회 작성일 09-08-1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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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이용섭 민주당 의원을 처음 만난 것은 이 의원이 참여정부의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던 2006년 12월,국회 엘리베이터 안에서였다.
 
당시 집값 급등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자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1년 후로 다가온 대선을 의식해 당내에 부동산특위를 조직하고 정부를 압박했다.

특위 소속 의원들과 비공개 실무당정협의를 끝내고 과천 정부청사로 돌아가던 이 의원은 엘리베이터에 따라 탄 기자의 질문에 고위 관료 특유의 과묵함으로 대응했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분양가상한제 전면확대,주택건설 원가공개,전월세 인상 5% 상한제 등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를 내놨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실시 등에서는 물러섰다. 하지만 끝까지 원칙을 지켜 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부분이 있으니 바로 전월세 상한제다.
그때 이용섭 장관과 권오규 재정경제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이 "시장 기능을 왜곡해 오히려 전월세 폭등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서다.

그런데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이용섭 의원은 3년 전 자신이 반대했던 정책을 들고 나왔다. 서울 및 수도권에 전세 대란이 예상되는 만큼 전월세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정책을 선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방안이다.
 
이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참여정부 말기에는 전세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와 여러 부동산 규제책을 풀어놓은 만큼 이 같은 대책이 불가피하다"고 자신의 입장변화를 설명했다.

공공의 인위적인 주택임대 시장 개입으로 전셋값이 급등했던 1990년 한국의 사례와 임대료 통제가 공급부족으로 이어져 저소득층의 주거복지를 악화시킨 미국 뉴욕시의 전례를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이 의원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서민을 위한다던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공급물량을 줄이면서 신규주택 공급이 부족해진 것이 최근 전세가 불안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도 잘 알 것으로 생각된다.

집값이 급등했던 시절 주택정책을 책임졌던 경험은 이 의원 개인에게나 민주당에나 큰 자산이다.
 
 그렇다면 이런 경험 위에 세워진 소신이 개인의 위치나 정치 관계에 따라 달라져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