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노벨상의 역학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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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인과 노벨상의 역학관계 댓글 0건 조회 718회 작성일 07-01-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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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 집착은 금물, 선진국형 연구환경 조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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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상 시상식 장면.  ⓒ
지난해 7월 27일 해외에서 한국을 빛내고 있는 한국인 출신 과학자들이 내한해 국내 기초과학발전을 위한 토론을 벌인 바 있다.
 
토론에 참여한 최고의 두뇌들 중에는 노벨 생리.의학 분야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성호 박사, 김성완 박사, 데니스 최 박사 등이 참석하고 있었다.

미국 UC버클리대의 김성호 교수는 전달 RNA의 정체를 밝혀낸 인물, 또 미 머크사 부사장인 데니스 최 박사는 뇌신경 질환의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했으며, 유타대의 김성완 교수는 치료 유전자의 전달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인물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강칠용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 의대교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한국의 기초과학발전이지만 토론회마다 빠질 수 없는 질문은 노벨상이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노벨상을 탈 수 있느냐는 것인데 이에 대해 강성호 박사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외국은 몇 세대를 거쳐서 노벨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한국은 우리가 1세대다, 의식하지 않아야 자연스럽게 기회도 온다"는 것.

김 박사가 적을 두고 있는 버클리대에서는 이때까지 연고가 있는 5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었다. 역사상 19명의 교수가 노벨상을 수상했고, 당시 7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교수로 활동하고 있었다.
 
“노벨상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해가 된다”는 김 박사의 충고는 황우석 박사 여파로 노벨상 수상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던 당시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였다.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매우 큰 한국인으로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인 조장희 박사가 있다. 조 박사는 해부학적으로 뇌의 단면만을 찍을 수 있는 MRI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뇌의 활동을 영상화해 볼 수 있는 PET를 개발, 뇌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면서 지금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조 박사를 만나 뇌과학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던 중 한국인의 노벨상 가능성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조 박사의 노벨상 가능성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빠질 수 없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조 박사의 답변은 “서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조 박사는 현재 과학 부문에서 노벨상 수상을 휩쓸다시피 하고 있는 미국이지만 1930년까지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1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중 물리학상은 3명, 생리.의학상의 경우는 1명에 불과해 과학 분야에서 결코 큰소리칠 입장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휩쓸며 지금의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다가오고 있는 미국의 시대를 기다리면서 기초과학 교육과 연구에 꾸준히 투자를 해온 일, 그리고 광범위한 분야에서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과학기술 발전의 기반을 구축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노벨상에 연연하지 말고 묵묵히 노력하고 있을 때 갑자기 노벨상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것.

12일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은 ‘2006 국가석학 지원사업’에 따라 기초과학 분야 대상자 10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국가석학에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수학, 지구과학 등 5개 분야에 걸쳐 역량 있는 인물들이 선정됐는데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이들에게 “노벨상 수상자가 될 역량을 키워 국가 위상을 높여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부총리의 말대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일은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지닌 한국인에게 있어 염원이고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관심과는 달리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는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노벨상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노벨상 수상에 해가 될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그동안 외국의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을 만나 그들의 견해를 들어왔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 역시 한국인 과학자들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1973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에사키 레오나(江山寄 玲於奈) 박사는 노벨상 수상을 위해 “아름다운 영혼을 결코 잊지 말라”는 말로 충고했다.

생리.의학상 수상자 선정위원이었던 스텐 린달 카론린스카 박사는 “한국인은 기존의 연구업적을 개량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는 면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것 같다”며 한국인의 취약성을 꼬집기도 했다.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노벨상을 의식해서 제대로 된 일이 별로 없었다. 노벨상 수상자로 거론되던 황우석 박사 파동, 노벨상 수상자였던 로버트 러플린 前 KAIST 총장의 불명예 퇴진 등 국민들로서도 충분한 아픔을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

향후 한국 과학기술계의 관건은 노벨상에 집착하지 않은 대신,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을 정도의 연구풍토를 조성하고, 동시에 창의력 있는 학자들을 가능한 한 많이 육성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학술진흥재단이 선정한 국가석학들 역시 노벨상 수상보다는 한국이 기초과학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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