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공원' 하되 '아픈역사' 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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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민일보 댓글 0건 조회 1,854회 작성일 07-02-05 12:36본문
'일해공원' 하되 '아픈 역사' 담아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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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참담하여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광주 5·18민주항쟁 때 벌어졌던 참혹함이다. 해마다 5월이 오면 그날의 기억은 더욱 생생해진다. 아무리 계엄 하에 있었지만 그들이 민주화운동에 얼마나 충실했는가 하는 것은 민주항쟁에 목숨을 빼앗긴 그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다. 그래서 5월이면 그 영령들과 가슴 아프게 살아가는 유족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 그 자체가 '5·18'에 진 빚이다.
감히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날의 기록을 한 곳에 묶어 다시는 우리의 역사에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끄러운 역사의 기록을 맨 앞에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파만파로 불거지고 있는 합천군의 일해공원이라는 명칭이 경우에 따라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다만 그 공원 안에 삼청교육 피해 전시관을 세워 그 아픈 역사도 함께 모아야 한다. 아니 어쩌면 삼청공원이라고 명칭을 바꿔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딴 '일해공원'이 합천에 있다는 것은 군민의 자존심이나 자랑거리가 아닌, 오히려 부끄러움이나 상처일 수도 있다. '일해 전두환'씨가 합천에 있다는 것 자체가 광주 5·18민주항쟁의 가해자가 합천에 존재하고 있다는 부끄러운 역사의 증거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일해공원이라는 명칭을 정한 합천군의 용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가슴 아픈 역사도 당연히 기록되어야 할 역사다. 피해의 증거는 생생한데 가해의 증거가 없다면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따라서 시민단체도 연일 일해의 명칭변경에 항의만 할 게 아니라 차라리 '일해공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그 안에 5·18의 영령들을 위로할 수 있는 추모비도 함께 세우자고 강력히 주장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합천군 관계자 역시 군사독재에 항거하다 숨진 민주투사들의 영령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후손이나 역사 앞에 부끄러운 일을 범하지 않기 위해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공원을 우리 역사의 부끄러운 단면을 보여주는 증거로서 새기고 반면교사의 차원에서 교육적 가치가 있도록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합천군이 '새천년 생명의 숲'을 '일해공원'으로 이름을 바꾸려하면서 논란이 인 게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그토록 떠들어댔어도 모르쇠로 고개 돌리고 있던 정치인들도 이제 '일해공원 명칭 문제'가 전국으로 확산되니 확실하게 무슨 말인지도 모를 정도로 한마디씩 거든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 정치인들이 합천의 공원 명칭을 두고 '대선행보'와 맞물려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하는 것이다. 원칙은 없고 이리 재고 저리 재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 '주몽'에 나오는 '영포'와 무엇이 다를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합천군도 끝끝내 '일해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바꿀 요량이면 그 속에 5·18 민주항쟁의 아픔과 가해자로서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 기록도 함께 담아야 할 것이다. /박성규(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편집위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