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을 파면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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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마이뉴스 댓글 0건 조회 2,922회 작성일 07-02-1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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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무원을 파면하다니"
공무원노조 활동에 파면당한 마산 임종만씨, 선행 사실 알려져
btn_send.gifbtn_print.gif텍스트만보기btn_blog.gif  btn_memo_send.gif 윤성효(cj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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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만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 부본부장이 15일 오후 마산 구암2동 마창쌀집에서 김삼수 사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오랫만입니다. 안 바쁘시면 좀 있다가 마산 구암2동사무소 앞으로 오실 수 있는지요."
"왜요. 백수인데요 뭐. 그렇지 않아도 창원에 넘어갈 일이 있어 그 쪽을 지나갈 겁니다."

15일 오후 기자와 임종만(46)씨가 전화로 나눈 대화다. 임씨를 만나 "잠시 같이 갈 데가 있다"며 동사무소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마창쌀집 앞으로 갔다. 그러자 그는 "아, 여기가 그 쌀집이구나"라고 말했다. 마창쌀집 김삼수(56) 사장이 문을 열고 나왔다.

기자는 김 사장한테 임종만씨를 소개했다. 김 사장은 "한번 보고 싶었어요"라 인사했다. 임씨는 "쌀값도 간혹 늦게 드리는데 쌀을 꼬박꼬박 배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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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임씨와 함께 쌀집을 찾은 이유가 있다. 이날 아침 김 사장이 "마음이 따뜻하고 정의로운 공무원이 파면되어 안타깝다"며 제보를 해왔기 때문.

임씨는 마산시 푸른도시조성사업소 녹지담당(옛 계장)으로 있다가 지난 1월 15일 열린 경남도 인사위에서 파면 처분을 받았다. 올해로 공직생활 22년째인 그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가 '집단행위 금지와 복종의 의무' 등으로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마산시장의 요청에 의해 인사위에 회부됐던 것. 임씨는 강수동(공무원노조 진주지부장, 파면)·배병철(거제지부장, 해임)씨와 함께 인사위에 회부되어 처분을 받았고, 현재 소청을 해놓은 상태다.

임씨가 파면되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된 김 사장이 "안타깝다"며 제보를 한 것. 김 사장은 임씨가 그동안 해온 일들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

김 사장이 임씨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때는 2005년 9월부터. 김 사장은 임씨한테 매달 20kg 쌀 1포대 값을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한 노부부 가정에 배달해 준다.

이 노부부는 올해 92살의 할아버지와 91살의 할머니가 월 10만원을 내고 살아가는 셋방. 이들 부부는 거리에서 빈 상자 등 폐품을 수집해 팔아 생활비를 벌고 있다. 40대 후반의 아들이 있지만 행방불명되었고 며느리도 가출한 상태.

임씨는 2005년 여름 이 곳에 사는 한 식육점 사장한테 "어렵게 사는 사람이 있으면 한 분만 추천해 달라"고 부탁해 이들을 추천받았고, 그해 9월 제일 거리가 가까운 쌀집을 찾아 전화를 걸어 쌀 배달을 부탁했던 것.

김 사장은 매월 5일 전후해 임씨로부터 온라인으로 쌀값을 받고 있다. 이날 김 사장이 보여준 저금통장에는 '임종만' 명의로 매달 쌀값이 입금되어 있었다.

"며칠 늦게 입금하게 되면 그 때마다 전화를 해서 미안하다고 해요. 처음에는 쌀값이 3만9000원이었는데 지난해부터는 몇 천원 인상이 되었지요. 생판 모르는 이를 도와주는 사람도 있는데 그 정도 손해는 괜찮다는 생각에 그냥 지났는데, 쌀값이 오른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는 오른 값으로 입금을 해놓았더라구요."

이어 김 사장은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신문을 보는데 아는 이름이 나와서 보니 파면되었더라"며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도 드러내지 않은 채 도와주고 있는 공무원이 파면되었다는 소식을 알고 매우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임종만씨는 "어차피 더불어 살아가는 거 아니냐, 작지만 남을 위한다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더 즐겁고 행복하다"면서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장슈아이씨 돕기에 성금 50만원 내놓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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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윤성효
이 밖에도 공무원노조 경남본부·마산지부뿐만 아니라 마산지역 시민단체에서는 임씨의 '선행'과 '공적'은 이미 알려져 있다.

그가 남을 도운 일은 이밖에도 여럿 있다. 노부부한테 매달 쌀을 지원해준 것과 비슷한 시기에 마산 남성동에 사는 한 1급시각장애인(48살)에게도 쌀을 지원해 오고 있다. 그는 남편과 사별하고 어렵게 살고 있다.

또 마산 삼계의 한 장애어린이집에 매달 2만원씩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 해 여름 마산진보연합의 소개로, 혼자 사는 지체장애인가 거동이 불편해 부엌에서 활동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앉아서 활동할 수 있도록 싱크대를 개조해 주기도 했다.

지난 해 6월 불법체류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창원의 한 공장 3층에서 떨어져 크게 다친 중국인 장슈아이(23)씨 돕기 모금운동이 벌어졌을 때, 임씨는 50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당시 창원지역 노동단체가 성금 모금운동을 벌였는데, 직장인한테는 '큰 돈'이라 할 수 있는 성금을 내놓자 주변에서 그의 선행을 간혹 이야기하기도 했다.

'솔밭, 시민 품으로' ... 녹색환경인상 받아

또 임종만씨는 2005년 말 마창환경운동연합으로부터 '녹색환경인상'을 받았다. 공무원으로서는 드물게 시민단체로부터 상을, 그것도 환경보전에 앞장선 사람한테 주는 상을 받게 되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가 당시 상을 받은 것은 마산시 자산동 솔밭공원을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한 일등공신이었기 때문. 마산고 뒤편에 있는 솔밭은 2만1074㎡(약 6386평) 규모로, 아름드리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어 한때 학생들의 소풍 장소로 꽤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인근에는 마산고를 비롯한 학교가 밀집해 있고 주택가를 끼고 있다.

그런데 이 솔밭은 사유지(문중 소유)였는데, 1991년 한 건설업체가 사들여 아파트를 지으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부도가 났다. 솔밭은 1979년 어린이공원으로 지정되긴 했지만 사유지로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솔밭이 경매에 붙여진 것이다. 감정가만 44억4577만원이었고, 경매는 다섯 차례나 연거푸 유찰되었다. 2005년 임씨는 마산시 푸른도시조성사업소 녹지담당으로 있었는데, 솔밭이 경매에서 유찰되었다는 소식을 알고 시 소유로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에 발벗고 나섰다.

임씨는 시가 경매에 응찰해 이 땅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으며, 마산시는 물론 시의회의 동의까지 얻어냈다. 용도가 공원이기에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서는 나중에라도 시가 이 땅을 사들여야 한다고 보았던 것. 당시 기회를 놓쳐 개인이 그 땅을 샀을 경우에는 시가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고 복잡해 질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결국 솔밭은 6회차 입찰 때 마산시가 응찰해 낙찰받았다. 낙찰가는 15억6540만원. 당시 시가보다 40억원을 싸게 살 수 있었다고 한다. 한 공무원의 판단과 관심이 시민 휴식공간도 확보하고 세금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창환경운동연합이 이를 높이 평가해 그에게 '녹색환경인상'을 수여했던 것.

마창환경운동연합은 당시 다음과 같이 그를 설명했다. "마산 2020 도시계획안과 관련하여…자산동 솔밭 숲을 시로 귀속시킴으로써 그동안 끊임없이 나왔던 숲 훼손에 대한 걱정을 말끔하게 걷어주었던 숨은 공로자"라고.

"법내 노조 아니라는 이유로 '행정벌', 원칙 없다"

임종만씨는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징계를 받은 게 이번만은 아니다. 2004년 경남도와 공무원노조간 '단체협약'과 '인사교류협약' 체결과 관련한 투쟁 때 기자회견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그해 12월 감봉 2개월 처분을 받았다.

당시 그는 이듬해 3월 6급 승진인사를 앞두고 있었는데, 당시 징계로 승진이 1년간 늦어졌다. 하지만 그는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부본부장을 맡는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지난 1월 파면 처분을 받은 임종만씨는 현재 마산시청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소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최근 마산시 인사에서 다른 곳에서 일하던 공무원이 와서 업무를 맡은 모양이던데, 그동안 추진해 오던 도심 나무 관리 등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병하 전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은 "임 부본부장은 비리를 저지른 적도, 업무를 소홀히 한 적도 없다"면서 "그가 월급을 쪼개 남을 돕는 일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으며, 이번에 파면 처분을 받은 뒤 많은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너무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공무원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파면까지 시키고 있는데, 공직사회의 '행정벌'이 아무런 원칙이 없다"면서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고 선행을 베푸는 공무원들이 공직개혁을 위해 고통을 겪으면서도 공무원노조를 결성했다, 법내 노조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탄압 속에 조직원들이 그동안 흘러온 과정을 잘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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