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하셨어요?’라는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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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식사하셨어요?’ 댓글 0건 조회 2,462회 작성일 07-03-0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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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하셨어요?” 왜 이 사람 저 사람 내 끼니를 걱정하는 걸까?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이 이 인사에 당황했을 것이다. 이것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상적인 인사라는 것을 한참 뒤에 알았다.

‘먹는 것’으로 서로의 안녕을 확인할 정도로 한국인은 ‘식(食)’에 대한 애착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인 친구 중 한 명은 아버지가 식사를 거르는 것을 싫어하셔서 학창시절에 아침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가 아버지의 설교를 듣느라 학교를 못 갈 뻔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때를 생각하면 아침을 집에서 못 먹으면 회사 가는 길에 빵이나 주먹밥을 사 먹었다. 그에 비해 한국에서는 더 많은 아침 식사 해결법이 있는 것 같다. 회사 주변에 수많은 토스트집, 김밥집, 죽집 등 아침 식사를 여러가지로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일본도 아침밥을 챙겨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한국인은 아침을 먹어야만 한다는 의식이 좀더 강한 것 같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일본 파트너사와 전화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안건이 많아서 어느덧 시간은 밤 10시를 훌쩍 넘어 11시 가까이 되었다. 직원들로부터 “저녁도 먹이지 않고 회의를 시키다니 너무 하다”라는 불만이 나와 급히 과자를 사서 나눠 주었다.

그런데 과자 씹는 소리를 유선을 통해 들은 일본 파트너사의 사람이 회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먹느냐며 화를 냈다. 일본측은 회의를 하다가 길어지면 식사를 못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한국은 식사 때가 되면 식사를 하고 나서 회의를 이어서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食’에 대한 한·일 양국 간의 견해차가 드러나는 에피소드이다.

한국은 정이 강한 문화인지 몰라도 혼자서 식사를 하는 것을 꺼려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다 같이 모여서 먹으러 가는 분위기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팀장의 한 마디. “자! 식사하러 가죠.” 이 말과 함께 부서원 모두가 자리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러 간다.

일본은 근무시간 내 자리 이탈 등의 규정이 까다로워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은행 업무 등 개인 일을 많이 봤다. 그러다 보니 점심을 간소하게 해결하게 되고, 부서원들이 모두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회식을 제외하고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한국의 다같이 모여서 밥을 먹는 분위기’는 동료간 유대감 형성에 좋은 것 같다. 물론 가끔은 혼자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한국에는 재미있는 점심 문화가 있다. 내가 다니는 곳이 게임 회사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점심시간에 남자 사원들이 삼삼오오 당구장에 가곤 한다. 점심도 거르고 당구를 하다니 괜찮을까 걱정을 하며 따라가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당구장에서 자연스럽게 자장면과 도시락 등을 시켜 먹으며 당구를 하는 것이었다. 식사를 거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한국 당구장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한국 친구들은 말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이 한 마디야말로 한국인의 식문화에 대한 정서가 함축되어 있지 않을까. 제대로 잘 먹는 한국인의 힘이 있었기에 한국이 이렇게 발전한 것이 아닐까. 나도 삼시 세끼 잘 챙겨 먹고 기운 내서 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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