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체를 60~70개로 분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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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근 댓글 0건 조회 774회 작성일 09-09-2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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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은 시,도를 폐지하고 기초자치체를 60~70개로 분할하는 행정체계개편안을 입법발의하면서 이를 강행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론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일으키게 되므로 재고해야한다.


  1. 도를 폐지하고 기초자치단체 구역을 광역화하는 것은 분권과 주민참여라는 지방자치의 본질에 역행하는 것이다.


  자치단체의 구역이란 자치단체의 통치권 또는 자치권이 미치는 지역적 범위를 뜻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문제는 자치단체의 자치기능과 분리될 수 없으며, 자치단체의 구역은 국가가 행정 편의를 위하여 지방에 정한 행정구역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지방자치는 지역사회 주민과 가까운 데서 주민의 일상생활에 관련된 공공업무를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히 소규모적 기초적인 자치단체를 그 기본으로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기초자치단체의 규모가 평균 20만 정도 인구로 세계적 추세로 보면 많고, 오히려 생활단위로 분할하거나 구역을 조정해야 하는 필요성이 존재하는데 오로지 생활단위나 지역적 역사성, 오랜 시간 형성된 지역문화 등을 모두 배제한 채 규모만을 키우는 것은 생활단위 주민참여 정치라는 지방자치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60~70개 규모는 ‘지방자치’도 ‘규모의 경제성’도 살리기 어려운 어중간한 수준으로 국가의 역할만 증대하려는 국가주의적, 중앙집권적 발상이다. 특히 도를 폐지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인근지역과의 대립 문제, 교통, 환경, 경제권 설정 등에 대해 국가의 역할을 강화를 초래하여 자치역량을 위축시키는 것이 결과가 될 것이다. 이는 국가 중심적, 중앙집권적 체제를 형성하는 꼴이 되어 지방자치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2. “큰 것은 경제적(효율적)이고 작은 것은 민주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현 정치권의 접근은 행정의 경제성(효율성)만 강조하고 민주성을 무시하는 처사다.


  대체로 “현재 230개의 기초 지방자치 단체를 60~70개로 통합하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여 수조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정치권 주장이다. 경제적 효과를 논하면서 적정 통합 자치단체의 수를 60~70개로 전제하는 것은 자의적이고 어설픈 셈법이다. 경제적 효과만을 생각한다면 왜 30개는 안 되고, 10개는 안 되는가. 자치단체를 몇 개로 줄이면 몇 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것은 경제지상주의적 접근방법이며 공공의 영역에서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다. 자치권역의 광역화로 인해 민주적인 결정절차나 지역주민들의 의견은 무시되고 왜곡되는 비민주적인 결정에 의해서 손해 볼 수 있는 비용이나 지역주민들 간의 갈등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될까. 오히려 수조원의 막대한 정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경제적 가치만이 지방자치의 본질적 가치인 양 주장하는 근거 없고 지역 및 지역주민을 위한 민주적 가치는 외면당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소중한 가치 중 하나인 ‘민주성’을 외면하고, 오로지 ‘경제성’만을 주장하는 것이 중앙집권화의 논리에 자리를 내주는 격이 될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의 효율성․효과성은 행정서비스의 신속성 보다는 민주성, 획일성 보다는 지역의 정체성 확립을 통하여 지방간 경쟁을 불러일으켜 다원적 사회에서 다양한 가치의 공존을 만드는 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큰 지방정부는 주민참여의 시공간적 한계로 비민주적 정책결정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주민과 함께하지 않는 정책집행은 정책실패를 가져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이다.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자치가 지방행정의 효율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창의력을 살려 주민들의 삷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는 점을, 정치권은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의 지방행정구역의 개편내용은 제도적 보완의 수준이 아니라,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이다. 더불어 일부 안처럼 정부에서 ‘시ㆍ도’를 없애고 그 위에 국가기관인 ‘행정청’을 두자는 것은 지방자치를 무력화시키려는 ‘과거회귀적인 사고’이다. 무엇보다 현재 지역에 스스로 규모의 경제를 하기 위한 제반조건 즉, 입법권과 산업경제권 등을 제대로 부여하지 않은 채 규모만을 키우기 하면 모든 것이 경제적(효율적)이라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지방자치를 경제적 효과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결국 지방자치를 하지 말자는 극단적인 ‘과거로의 회귀’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의 중요한 가치인 민주성, 민주적인 절차, 지역주민의 이해관계 보장 등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의 본질적 가치인 민주성과 경제성이 함께 균형적으로 논의되어 합리적인 논의와 대안의 도출이 이루어야 한다.


  3. 행정구역 개편의 문제를 현재의 중앙정치 상황과 결부시키고자 의도가 지나치게 강하다.

  지역주민들의 삶의 다양성을 훼손시키지 않고 유기적인 생활기반을 마련하다는 측면에서의 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한 것이지, 정치적 갈등해소를 위한 행정구역 개편은 현실적으로도 난관이 있으며 또 다른 갈등을 불러 올 수 있다.

  여야 정치권이 지방행정구역의 개편에 대하여 이상하리만큼 협력적이다. 학계나 시민단체가 냉정하고, 부정적인 것에 비하면 정치권의 논의는 과열된 모습이다. 왜 유독 지방행정구역개편의 논의에 대해서만 여야가 서로 일치하는가. 그들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같지 않고서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정치권은 ‘도’를 폐지하고 시・군을 통합하면 ‘도’의 개념이 희미해져 지역주의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역주의는 단순히 지역적, 공간적 개념이 아니고 역사적, 문화적인 배경에 의해서 지역주민들의 마음에 내면화된 것이다. 공간적 구조의 재배치를 통해서 없어지기 만무하다. 백보 양보해서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고 하자.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3-4개 자치단체를 통합하여 만들어진 새로운 통합 자치단체에서 지역주민들의 자기 고향(시, 군)에 대한 애정이 새로운 소(小) 지역주의로 나타날 수 있다. 오랜 세월동안 하나의 정체성을 갖고 지내온 주민들이 서로 다른 주민들과 하나 되지 못하고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지방선거를 연상하면 될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지역에 따라서 후보자들이 지역주민들을 이간할 것이고, 지역을 중심부와 주변부로 분리하고 차별할 것이다. 또 지역주민들은 지역내의 혐오시설 및 선호시설을 둘러싸고 대립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비용은 그야말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최근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 배제, 개인후원회 제도의 허용 등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정치개혁 차원에서 선거구 조정과 비례대표제 확대 등 정치제도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서, 잠재적인 정적(政敵)의 수(數)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서, 혹은 각 당의 당리당략적 선거전략이나 중앙정치권의 지방 정치권에 대한 통제권 확보 등의 의도로 행정구역개편을 논의해서는 안 된다.

  

  4. 과거 행정수도 이전문제로 국론이 분열되었던 경험을 반추하여 경제위기 상황에서 화급하지도 않은 행정구역 개편으로 국론분열을 가속화시키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5. 행정구역 개편은 자치구역 개편의 문제이므로 주민투표를 통한 주민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진행되어야 하며, 이를 중앙정치권과 정부가 정책적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행정구역 개편의 방향이다.

  현 단계에서 굳이 필요하다면, 생활권과 불일치하는 구역을 자치단체간 협의에 따라 개편을 추진하면 충분할 것이다.

  지방행정체계 개편은 시급히 결정해서는 안 된다. 세계적 흐름에 조응한 각 지방자치단체(광역과 기초)의 역량과 역할에 대한 분석과 미래 수준의 합의, 자치단체 역량의 미래수준 합의에 따른 새로운 사무와 기능의 조정, 국민과 지역여론의 수렴 특히 지역민들의 여론수련과 공감대 확보 등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한번으로 시급히 끝낼 수는 없다. 이러한 선결과제를 먼저 충분히 검토한 후 천천히 논의하여 모든 것을 해당 지역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