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의 기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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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방끈 댓글 0건 조회 881회 작성일 09-10-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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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수일중학교에 재직했을 당시의 일이다. 한 번은 잘 아는 교장 선생님이 학교를 방문하셨다. 당신 아드님이 이 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데 진로상담을 하러 오셨다는 것이다.
 
아드님이 공부를 잘하지 못해 부끄럽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어떻게 해야 좋겠느냐고 의논하셨다.
 
필자는 그 아이가 평소에 무슨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 아시느냐고 물었는데, 요리에 관심이 많고 잘한다고 하셨다.
 
“그럼 고민하실 게 없네요. 평택조리학과고에 가면 어떻겠어요?”하고 권해드렸다. 2년 후엔가 그분이 오셔서 아주 고맙다고 하시면서 점심을 사주셔서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제주관광대 카지노경영과를 졸업하고 레저산업체에서 카지노 매니저를 하고 있는 어떤 분이 있다. 카지노 딜러들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도 ‘짤짤이’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 분은 자신의 직업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짤짤이’를 잘했는데 호기심 많고 도전적인 제 적성에 맞을 것 같아서 선택했지요.
 
예전 카지노는 ‘도박’이란 개념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카지노는 확률에 의한 숫자 게임이거든요. 최근에는 인식도 많이 좋아졌고 또 세계적으로 큰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유망 직종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은 욕구의 존재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성장 욕구가 있다. 하고 싶은 활동이 있고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것은 개인마다 제각기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말하자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게 되면 대개 잘할 수 있다.
 
각종 연구 결과들만 보더라도 흥미와 적성 요인은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발견하기 어려운 적성을 찾느니보다는 발견하기 쉬운 흥미나 욕구를 알아보는 게 훨씬 쉽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활동,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찾아보게 하고 그것을 하게 하다 보면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즉, 적성이 어떠한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 보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할 때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하게 되지 않았던가. 그러다 보면 실적이 쌓이고 좋은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직종이 유망하다’느니 ‘사(士)자 들어가는 직업에 권력과 돈이 따른다’느니 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인생의 행복을 생각해 본다면 살인적인 입시 경쟁이나 취업 전쟁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선각자적인 안목을 갖고 자기 주도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학과나 직업을 선택하여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런 류의 사람들의 주류는 전문대학 이색학과 출신들인데, 198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전문대학이 각광을 받은 이래 높은 취업률에 우수한 인재가 몰리고 사회 트렌드의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전문대학의 학과는 더욱 다양해졌다. 대경대학은 올해 초 ‘동물조련 이벤트과’를 선보였으며
 
전주기전대학은 말 관련 기술인을 배출하는 ‘마사과’를, 선린대학은 2005년 화훼지식 전문가를 양성하는 ‘플라워디자인과’를 신설했다.

작년엔가 한국홍보연구소에서 펴낸 ‘이색학과 특수대학 총정보’에 따르면 2007년 현재 각 전문대학에는 15개 분야 180여개 이색학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특수대학과 학군제휴 특수학과까지 포함하면 이색학과는 400여개로 늘어난다.

이제 우리도 먹고 살 만해졌다. 우리 아이들을 이제 좀 입시전쟁에서 풀어주고 자기답게 살도록, 인간답게 살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