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 ‘명함·전단지 꽂이함’ 설치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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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원에 댓글 0건 조회 1,151회 작성일 09-11-0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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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 휴일 아침, 부지런히 집안청소를 마치고 그동안 시간이 없어 읽지 못한 책을 오늘은 읽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커피 한 잔과 책을 들고 거실 한 구석에 자리잡고 앉았다.

몇 장이나 읽었을까, 커피 한 잔을 채 마시기도 전에 문학경기장에 자전거를 타러 가자고 조르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경기장을 찾게 되었다.

집에서 불과 10분 거리지만 바쁜 일상을 핑계로 몇 번씩 미루다 집을 나섰는데 어느덧 경기장 주변의 나무들은 형형색색 아름다운 단풍이 들어 완연한 가을 정치를 느끼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찌는 듯한 8월 어느 날 경기장에 왔던 이후로 처음 온 것 같다.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소리와 짙은 초록색의 나뭇잎들이 벌써 노랑과 주황 단풍이 들어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도 후두득 떨어져 바닥에 쌓이고 있었다.

시간이 좀 흘러 배 고프다는 아이들의 말에 점심때가 지났음을 알았다. 식당은 경기장을 나가야 있기 때문에 시켜먹기로 결정하고 문득 여름에 분수대 근처에 흩어져있던 식당 명함들이 기억났다.
 
분수대 쪽에 가보니 떨어져 나뒹구는 낙엽들 사이사이로 명함이 흩어져 있었다. 생각해 보니 여름에 왔을 때 물에 젖고 발에 짓밟히고 바람에 나뒹구는 명함, 전단지 등을 보고 지저분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문학경기장은 휴일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찾는 곳이다. 아울러 음식을 준비하지 않는 사람들은 명함을 주워 시켜먹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휙 하고 분수대 근처에 명함을 뿌리고 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바닥에 흩어진 명함, 전단지들이 미관상 보기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관계기관에서 작게라도 플라스틱이나 아크릴 등을 이용해서 명함을 꽂을 수 있는 게시판을 만들어 한쪽에 배치해 둔다면 장사하는 분들도 명함을 떳떳이 꽂을 수 있고, 시민들 또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그릇이라도 팔려고 눈치 보며 바닥에 뿌리고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명함처럼 낙엽 속으로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관계기관에서 시민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는 것은 알지만 지나쳐버리기 쉬운 작은 이런 일들을 해주는 것이 정작 시민들을 위한 작지만 큰 배려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