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딱 1분만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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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눈을 감고 댓글 1건 조회 968회 작성일 09-11-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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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인간에게 삶을 선사하면서 이 세상을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시각과 청각·촉각·후각·미각을 함께 내렸다.
 
그런데 어떤 이로부터는 그 일부를 박탈해 갔다. 사람이 세상의 정보를 취득할 때 90~95%를 시각을 통한다는 연구가 있다.
 
‘우리 몸이 백 냥이라면 눈이 아흔 냥’이라는 속언이 근거 없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말이 아니라도 눈과 시각의 중요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글점자인 훈맹정음(訓盲正音) 창제 83돌을 기념하는 한글점자의 날(11월 4일)을 앞두고 시각장애인들은, 눈 어두운 것도 서러운 마당에 마음까지 밝지 않다.
 
그중 하나가 도서관 문제다. 현재 시각장애인도서관은 도서관법상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면서 장애인복지법상으로는 보건복지가족부 소관이기도 하다.
 
 이런 이원화된 구조 속에서 복지부는 6월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개선계획에서 시각장애인도서관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도서관은 복지시설이 아니라 문화시설이기 때문에 문화부가 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문화부가 이를 반길 리 없다. 도서관은 복지부 소관인 장애인복지시설과 함께 운영되므로 복지부 소관이라는 것이다. 중간에서 장애인들만 또 천덕꾸러기 신세다.

필자는 최근 시각장애인 단체와 도서관 몇 곳을 돌아보았다.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은 등록자만 28만여 명, 비등록 장애인을 포함하면 5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의 정보 취득과 평생교육은 물론 재활, 문화 향유, 친목과 교류의 마당인 점자도서관은 전국에 35개가 있지만 국가가 운영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
 
 40년 전 시각장애인인 육병일 선생이 사재를 털어 국내 최초로 한국점자도서관을 설립한 이래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도서관들은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스스로 운영 주체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도서관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지만 운영비의 대부분은 후원금과 수익사업 등 자체 조달하느라 등이 휠 지경이다.
 
그러나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일하면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점자도서를 비롯해 촉각도서, CD-MP3 도서, 특히 아날로그 방식의 음성도서를 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파일로 변환 발전시킨 CD-DAISY 도서 등 진화된 형태의 각종 대체 자료를 제작, 보급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전화를 걸면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신문과 잡지, 일반 도서를 음성으로 전하는 종달새전화도서관이라는 특수 도서관도 있다.
 
이 도서관은 최근 전화로 쉽게 인터넷 서핑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무료 보급 중이다.

이런 것들은 시각장애인 스스로 눈물겨운 노력 끝에 얻은 성과라 더욱 값진 일이다.
 
이들은 자신도 앞을 보지 못하는 처지에 다른 시각장애인에게 한 줄기 빛을 선사하기 위해 온몸을 짜내고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정안인(正眼人)들의 따뜻한 눈길과 작은 후원을 호소했다.

지난날 어려운 시절의 무관심과 냉대는 그렇다 치고,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오늘날도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와 정책 당국의 인식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장애인 문제를 장애인의 입장에서 보려 하지 않고 일반인의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데 대해 시각장애인들은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90% 이상이 생후 1년 이후 장애가 발생한 후천성 장애이고, 그중 절반은 40세 이후라고 한다.
 
 이는 우리 모두 누구라도 시각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당장 눈을 감고 딱 1분만 걸어보자.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가정해보라. 지금의 느낌을 당장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