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은 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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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적인 이익을 댓글 0건 조회 840회 작성일 09-12-16 09:10본문
부패는 국가를 몰락으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영국의 청렴한 재상 윌리엄 글래드스톤이 19세기 총리를 세 번이나 역임하면서 남긴 명언이다. 새삼스레 이 표현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요즘같이 뇌물수수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공직자나 사회지도층이 당연히 되새기고 부패를 저지르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패방지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공직자들이 공무를 수행하면서 지켜야 할 도리를 담은 ‘공직자행동강령’을 제정·운영하고 있는데 이 규정들을 알고 잘 지키면 부패와 뇌물 문제가 사라질 것 같다.
기본적으로 공직자행동강령의 ‘공직자’라 함은 공무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을 가리킨다. 즉 공무원은 물론이고 공기업·출연연구기관 및 각종 시설관리공단 등 공직유관단체의 종사자들을 모두 포함한다.
공무원 또한 행정부내 공무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입법부와 사법부 소속 공무원은 물론이고 16개 시도, 230여개 시군구청에서 근무하는 지방공무원들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며 임명직·선출직 여부 역시 가리지 않는다.
공무수행 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은 개인적 친분이 있다고 해서 어느 한쪽에 득이 되고 실이 되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 예를 들면 경찰서장이나 군수가 지역주민이 개점한 식당에 ‘축 발전 00군수 홍길동’처럼 기관명과 직위를 넣은 화환을 보내면 행동강령 위반이다.
화환을 받은 식당에는 화환을 진열함으로 인해서 영업에 득이 될 수 있지만 옆집 화환을 받지 않은 동종 식당에는 실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굳이 화환을 보내려면 기관명과 직위를 표시하지 않고 ‘축 발전 홍길동’이라고 쓰면 된다. 행동강령은 그동안 직위를 이용해 이권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해 왔는데 강화된 내용에는 사적 이익을 위해 소속기관의 이름과 직위를 공표·게시하는 행위까지 금지대상으로 포함됐다.
금전거래에 관한 규정도 강화됐다.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금전거래와 관련, 종전에는 직무와 관련된 사람에게 금전을 빌리는 행위만 금지했는데 빌려 주는 행위도 안되도록 했다. 높은 이자를 뇌물성 금품수수 명목으로 받을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다. 최근 뇌물수수로 쇠고랑을 차는 비리 공직자들을 보면 빌려준 금전을 돌려받았다고 허위 진술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공직자가 외부 강의·회의를 할 경우에도 모두 신고토록 강화됐다. 지도·감독 관계에 있는 유관 기관·단체에서 특정 공직자에게 강의나 회의 등을 요청하고 강의료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식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07년부터 2008년 10월까지 22개월동안 행정기관과 공직유관단체 349개기관의 회의참석수당 실태를 조사했더니 경제부처 어느 간부공무원은 산하기관에서 회당 200만원씩 수년간 수천만 원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이중으로 받은 사례도 많았다.
경조사 통지 대상도 주의해야 한다. 경조사 통지는 내부통신망이나 외부인의 열람이 불가능한 회원 전용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하는 것만 허용된다. 예를 들어 건설 담당 공무원이 관내 건설업체에 청첩장을 보내면 위반이다.
공직자들이 행동강령을 위반하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위반사항의 경중에 따라 주의·경고·견책·감봉·해임·파면 등의 징계를 받게 된다. 공직자 스스로 행동강령을 잘 지켜 위반자가 없으면 국민으로부터 좋은 평을 받겠지만 그렇지 못한 공직자가 아직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공직자들의 전체 비리 건수는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지만 비리발생 사례를 분석해 보면 수수액수가 커지고 수수방법은 은밀화·지능화되고 있다. 행동강령의 규정들도 이에 비례해 점점 세분되고 구체화되는 경향이다.
정부에서는 공직행동강령 위반자를 색출하기 위해 다양한 신고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기관마다 감사·감찰부서가 있고, 부패신고전화 1398(일상고발)이 있다.
사적인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부패는 어느 시대 어느 국가나 척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부패와 뇌물은 용수철처럼 누르고 있지 않으면 전염병처럼 급속 확산된다. 행동강령이 공직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부패가 줄어들길 기대한다.
〈김덕만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