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로 몰아넣은 '선거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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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거 빚 댓글 0건 조회 1,318회 작성일 10-01-2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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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뇌물수수 관련 검찰소환을 앞두고 자살한 오근섭 전(前) 양산시장은 선거자금으로 빌린 60억원을 갚기 위해 뇌물(賂物)을 받아왔다고 울산지검이 25일 밝혔다.
 
오 전 시장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후 선거 빚에 시달리다가 2003년 5월 땅을 담보 잡히고 모 저축은행에서 59억원을 대출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친지들에게서도 2억원을 빌렸다. 검찰은 오 전 시장이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2002년 선거 때 진 빚을 갚고 일부는 2004년 보궐선거 출마자금으로 썼다고 보고 있다.

오 전 시장은 묵은 선거 빚을 갚기 위해 진 새 빚을 갚으려고 2004년 6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고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양산시 상북면 일대 땅이 도시기본계획에 포함될 예정이라는 정보를 흘려주고 9차례에 걸쳐 24억원의 뇌물을 받았다.
 
오 전 시장은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사돈에게 빌린 22억5000만원짜리 어음을 할인(割引)해 돈을 만들어 2004년 선거 빚의 일부를 갚았지만 석달 뒤 다시 돌아온 어음 만기(滿期)에 쫓기게 되자 뇌물을 받고 도시계획정보를 흘렸다고 한다.

2002년 선거에서 낙선했던 오 전 시장은 2004년 보궐선거에 이어 2006년에도 시장으로 당선됐다.
 
그가 한번 선거 때마다 수십억원의 돈을 뿌려댔다면 유권자 18만명의 양산 선거는 돈으로 범벅이 된 선거였다는 말이 된다.
 
실제 선거 때 양산에선 "오 시장 돈 안 받은 사람은 양산 사람 아니다"라는 말이 떠돌았다고 한다.
 
이런 일이 양산에서만 일어났을까. 2007년 청도군수 재선거 때 돈 받은 혐의로 경찰수사 대상에 오른 주민이 5700명이었다.

이런 식으로 시장·군수로 당선된 사람들이 자기가 쓴 돈을 벌충하기 위해 개발규제를 해제해주고 관청 공사와
 
뒷돈을 맞거래하며 과장·계장 자리를 부하들에게 돈 받고 팔아넘기는 매관매직(賣官賣職)을 일삼는 것을 양산 사건이 훤히 보여주고 있다.

25일부터 선거 때 돈을 받은 유권자에게 받은 돈의 50배를 물리던 조항이 '10배 이상 50배 이하'로 조정됐다.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가 "유권자에게 과중한 부담"이라는 이유로 헌법불합치(憲法不合致) 결정을 내린 까닭이다.
 
양산에서 벌어졌고 지금 이 순간 전국 방방곡곡에서 소리를 내고 굴러가는 지방자치의 타락상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때를 잘못 골랐음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