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신'은 교육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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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부의 신' 댓글 0건 조회 1,170회 작성일 10-01-2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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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교육과 관련되어 10대와 학부모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KBS에서 방영되고 있는 <공부의 신>이다. 이 드라마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국민의 삶의 최대 화두는 교육이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사교육비 1위와 출산율 최하위로 살인적인
입시전쟁을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 이기주의의 왜곡된 교육열병 속에서 학업을 뒷바라지하느라 허리가 휘청거리고 학교는 특목고·명문대학에 얼마나 많이 진학시켰느냐가 학교평판을 좌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인권은 말할 필요도 없고 적성에 맞는 다양한 진로선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오로지 입시의 전사가 되어 전부를 다 걸고 있다. 이 가운데 <공부의 신>이 가세한 것이다.

이 드라마 줄거리는 이렇다.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위축된 채 삶의 목적도 없이 방황하던 열등생에게
변호사 출신의 교사가 특별반 학생의 담임이 되어 공부의 방법을 터득하여 노력 끝에 천하대에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왜곡된 교육이 빚은 자화상

이는 2003년 일본의
만화잡지 '모닝'에 연재된 <꼴찌, 동경대 가다>가 원작이며, 2005년 방영된 드라마 '최강입시 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를 재구성한 것이다. 이렇듯 <공부의 신>은 왜곡될 대로 왜곡된 우리 교육의 모순투성이가 빚어낸 서글픈 자화상이다.

요즈음 <개그
콘서트>에서 말하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교묘하게 정당화시켜주면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철저하게 입시도구로 전락시키는 드라마이다. 교사를 입시 트레이너로 만들고 모르면 무조건 외우라는 암기주입식이 아주 좋은 교육방법인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것은 시대를 한참이나 거꾸로 돌리는 것이며 교육에서 중요한 다양성·창의성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것이다.

실제 <공부의 신>에서 연출되는 장면들이 상상 가운데서도 일정부분 현실의 모습을 담고 있기에 전부를 부정할 수는 없다. 시대의 변화에 무감각하고 기계적인 수업을 하는 교사에게는 성찰의 계기를 주고 학생들에게는 비록 능력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여 노력을 한다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개천에서 용이 나기가 어렵듯이 꼴찌들이 반란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은 구조인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폐해는 학교를 입시시장으로 만들어 학벌 만능주의와 대학 서열 체계를 더 고착화할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교육이 지향해야 할 공공성의 사회적 관계를 시장적 관계로 종속시켜 사회적 관계망을 무너지게 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은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지금 <공부의 신>이 국민에게는 공교육의 불만과 부실을 학교와 교사에게 몰아붙여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기도 한다. 으레 선거 때만 되면 정부와 정치인들은 교육개혁의 목소리를 높여 학교와 교사를 동네북으로 만든다. 사실 공교육의 부실이 전인적 인간을 못 키워서인지, 학생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서인지, 학생의 다양한 적성을 못 살려서인지, 창의적 인간을 못 키워서인지, 교육방법과 내용이 시대에 뒤떨어져서인지 그 어떤 진단도 없이 말이다. 그저 학벌 경쟁만이 교육경쟁력으로 인식하여 이것이 진정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데도 방향전환은 할 줄 모른다.

이 학벌 중시와 교육 패권주의 입시교육은 공·사교육의 부실은 물론이거니와 대학의 고등교육까지 황폐화시키고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 불편한
진실에서부터 해법을 찾을 생각은 하지도 않고 오로지 경쟁이 부족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교육 패권주의 입시교육

다르게 말하면 교육이 한 발자국이라도 다른 학교, 다른 학생, 다른 자녀보다 정예화, 고급화, 차별화를 시켜 제로섬 게임의 무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이자 명령인 셈이다. 이 무한질주를 멈추지 않는 한 앞으로도 총체적인 교육의 부실과 황폐화의 악순환은 끊임없이 되풀이될 것이다.

   
 
 
지금 우리 교육에서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중등교육을 대학의 식민지로부터 해방하는 것이다. 대학 서열 체계의 입시로 교육이 종속된 이상 공교육의 정상화는 까마득할 것이며 치솟는 사교육비는 계층 간의 위화감을 더 높여 국민경제의 파탄까지 불러올 것이다.

드라마 <공부의 신>은 공교육 정상화의 해법으로 결코 될 수 없다. 더는 국민을 TV 앞에 앉혀
동화 속의 양치기 소년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공부의 신>은 교육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