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손으로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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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치 댓글 0건 조회 807회 작성일 10-02-0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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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뇌물을 받을 때 직접 손으로 받지 않는다. 보는 데서 돈보따리를 내놓으면 으레 손사래를 젖는다. 거절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받지 않는 게 아니다. 뇌물을 주는 사람이 돈보따리를 은근 슬쩍 놓고가면 된다. 쓰레기통 같은 데 집어넣기도 한다. 물론 눈치껏 보는 데서 넣는다. 정치인들의 쓰레기통은 크다.

이런 뒤에 만약에 동티가 생기면 “네가 내게 무슨 뇌물을 줬다는 것이냐?”며 발뺌을 한다. 직접 받지 않았으므로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직접 손으로는 받지 않는 건 뒷날을 원려하는 방패막이인 것이다.

이래서 정치인의 이런 속성을 악용하는 무고도 전혀 없진 않다. 안 준 뇌물을 주었다고 음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중국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숭정 때의 일이다. 어느 지방 태수가 황제를 가깝게 시중드는 환관에게 뇌물을 주려고 했는데 환관은 받지 않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런 것을 오른손으로 받으면 오른손을 자르고, 왼손으로 받으면 왼손을 자르게 돼 있어 소인은 손을 잘릴 수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태수는 “오른손이나 왼손을 자른다고만 했지 발을 자른다고는 안 했으니 발로 받으면 되겠지요” 하면서 금덩어리를 환관 발등에 놨다. 그러자 환관은 “딴은 그러네요.
 
대인 말씀이 틀리지 않습니다”하며 두 사람은 너털웃음을 웃었다. 당시 조정에는 뇌물을 받으면 손을 자르는 율법이 있긴 하였으나, 이미 부패할 대로 부패해 율법만 엄할 뿐 사문화됐었다.
 
 명나라는 후일 만주족의 청나라에 망했으나, 이에 앞서 이자성 반군에게 자금성을 한동안 함락 당해 숭정 황제는 자진했다.

선거철이 다가온다. 6·2 지방선거는 특히 정당 공천이 많은 선거다. 치열한 공천 경합의 잡음 가운데 들리는 것이 돈 공천이다. 공천의 투명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유력 정치인에 연줄을 대는 잡음이 무성하다.
 
이러다가 나중에 “네가 내게 언제 돈을 줬느냐”하고, “쓰레기통에 집어넣는 것을 봤지 않았느냐”는 뇌물 시비 다툼이 나오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임양은 본사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