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평가제 폐기가 부추기는 매관매직

페이지 정보

작성자 목민심서 댓글 0건 조회 1,673회 작성일 10-02-05 10:15

본문

다면평가제 폐기가 부추기는 매관매직

2010/02/05 01:34

'사무관은 5천만원, 서기관은 7천만원'을 아십니까?

[기고] 다면평가제 폐기하려는 정부의 속셈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안병순 교육위원장이 기고한 글 제목이다.
1998년 도입되어 일반 기업체와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승진, 보직관리 등에 활용해왔던 다면평가를 상급자뿐만 아니라 동료와 부하직원들도 함께 인사평가를 하는 다면평가 제도는 1998년 도입된 이래 기업체는 물론 거의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승진이나 보직관리, 성과급 지급 등에 활용되고 있다.

안병순 교육위원장은 기고 글에서 '시행 이전 당시 승진제도는 오랜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실시되어온 하향식 평가였다. 이로 인해 줄서기 길들이기 패거리 조장을 통한 관료주의의 폐해가 극심하였고, 부조리한 특별권력관계(지금은 폐기된 학설이지만)의 상명하복의 문화 속에서 언로차단으로 인해 민주성이 극도로 결여되면서 승진인사의 공정성·객관성·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다면평가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라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단체협약에서 다면평가를 빼고, 승진 심사기준에서 제외하는 등 다면평가를 참고자료로만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나마 객관적인 평가자료로 쓰이는 장점이 있는데, 단점만 부각시켜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개선하여 보완하려는 노력 없이 제도 자체를 없애려는 것이다. 그것도 다면평가를 마치 노조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억지 논리와 인기투표 형식이다는 평을 하면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라는 것이다.

공직사회 가장 고질적인 문제가 인사 문제이다.
승진에 모든 것을 거는 공직사회 문화, 인사제도의 개선 없이는 공직사회에서 인사문제는 계속 불거질 것이다. 그나마 다면평가가 도입되면서 일부 문제점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다면평가가 무용지물이 되면 가장 우려되는 것이 인사권자의 전횡이다.
매관매직이 성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섣부른 것일까? 그러나 인사권자의 권한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매관매직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2007년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박성철 위원장은 "6급 공무원이 5급으로 승진하기 위해 자치단체장에게 행정직은 5,000만 원, 기술직은 1억 5,000만 원의 돈을 건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밝혀 파문이 일었던 적이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사례는 매관매직에 대해 긴가민가하던 이야기를 사실로 확인시켜 주었다.

현행 제도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개선의 노력도 없이 무조건 공무원노조와 연관시키는 정부가 참으로 한심하다.
공직사회 개혁의 의지가 전혀 없다는 행보를 계속하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만이 있을 것이다.

안병순 교육위원장의 기고한 글을 모두 보시려면 아래를 눌러주세요.


더보기


다면평가는 승진인사의 공정성․객관성․합리성 확보에서 출발했다

다면평가제는 승진 대상자에 대하여 상급자․동급자․하급자 또는 민원인이 실시하는 360도 평가제도(360 Degrees Appraisal)로서 1998년 12월부터 시행돼 이미 11년 동안 나름의 우수한 장점을 가지고 공직사회에서 안착되어온 좋은 제도이다. 그간 시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단점도 기관별로 자체 여건에 맞게 보완·개선되어 오면서 질적인 발전을 꾀하며 발전돼온 제도이기 때문이다.

시행 이전 당시 승진제도는 오랜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실시되어온 하향식 평가였다. 이로 인해 줄서기 길들이기 패거리 조장을 통한 관료주의의 폐해가 극심하였고, 부조리한 특별권력관계(지금은 폐기된 학설이지만)의 상명하복의 문화 속에서 언로차단으로 인해 민주성이 극도로 결여되면서 승진인사의 공정성·객관성·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다면평가를 도입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행정기관의 장이 바뀔 때마다 공직사회는 늘 인사태풍이 불기 마련이다. 어느 기관이든 대표가 바뀌면 인사권 장악을 위한 자기사람 심기가,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길들이기 줄서기 강요 등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것이 공직사회의 현실적 문제이다. 특히 지자체의 경우 민선단체장이 정치바람을 일으키면서 학연·지연에 따른 공무원들의 정치권에 줄대기는 상상 이상이 아닐 수 없다.

특성상 인사비리는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알 수가 없고, 준 자나 받은 자 어느 누구도 쉽게 발설하지 않는다. 이러한 뒷거래는 분명히 매관매직일 수밖에 없다. 사회의 민주화 이행과 공무원노조의 활동에 따라 공직사회의 많은 곳이 투명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사회의 인사비리는 아직도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부패의 온상이라 할 것이다.

한 기관에서 공정한 인사가 붕괴되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강하다. 승진은 조직 내 직급 상승에 따른 보수 인상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신분 상승이 수반되기에 조직 성원 전체의 사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할 것이다. 공직사회에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되는 오사칠서(五事七書, 사무관 승진 5,000만원, 서기관 승진 7,000만원은 매관매직의 전국적 단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승진에 관한 이런 악행이 잔존되어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나마 공무원노조가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척결’이란 기치를 내걸고 활동하고 있기에 투명한 공직사회로 가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민비리는 적이 잦아들고 있지만 공직 내부자 거래인 승진비리는 아직도 요원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할 수 있다.

노조의 영향력 행사, 인기투표 때문이라는 정부의 입장은 거짓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승진을 위한 금품수수를 행정안전부는 ‘귀 막고 눈 막고 입막음’을 방조․조장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그것도 다면평가를 사실상 폐지인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그 이유를 노조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인기투표 형식으로 시행되고 있어 참고자료로만 활용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과연 이래도 되는가 싶다. 자치단체장(또는 기관의 장)의 인사비리 뿐만 아니라 공직사회 내 온갖 비리를 적발하며 부당한 인사권 행사를 견제하고 투명한 공직사회 건설을 위하여 눈물겹도록 정의로운 투쟁을 하고 있는 공무원노조에 시상은 하지 못할망정 이를 폄훼하고 호도하고 있는 행안부의 처사는 실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은 짓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인기투표는 사족에 불과하며 이미 실질적인 면에서 인기투표가 아님은 모든 공직자가 아는 주지의 사실이기에 더 이상 부언하지 않겠다. 진정 노조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무소불위의 막강한 인사권자에 대한 합리적 견제를 위한 합법적 장치를 더욱 보완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09년 11월만 보더라도 국세청 안원구 국장, 관악구청장(김효겸), 동대문구청장(홍사립)의 인사비리 등, 정부수립 이후 청와대와 장차관, 자치단체장 고위관료 및 정치인 등의 인사비리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아직도 세상에 드러난 사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특히 자치단체장 중에서 재임 중에 인사비리로 인해 중도하차한 단체장은 부지기수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다면평가제 폐지는 공직사회 줄서기를 부추기고 자치단체장의 인사전횡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다.

참고로 공무원노조는 2005년 11월 ‘부정부패 척결 활동 백서’를 발간하였고, 그 이후에도 지금까지 끊임없이 부정부패 추방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 성과는 비단 언론에 보도된 사실 외에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무진장 많다. 머지않아 제2차 백서를 발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노조의 긍정적인 활동으로 공직사회는 한층 맑아지고 있으며, 노조가 주도하는 공직자들의 자발적인 자정노력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점 개선책은 인사관리시스템을 활용하면 된다

다면평가제의 문제점에 대한 보완․개선책은 인사담당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항이며 공무원노조에서도 충분히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미 많은 곳의 노조에서는 이의 개선방안을 제시하기도 하였으나 기관측은 철저히 무시하기 일쑤였다. 왜 그랬는지는 삼척동자도 다 아리라 본다.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노조가 무조건 싫으니까… 그랬을 것이다.

개선방안은 의외로 간단하며 요체는 이러하다. 현재 공직사회 내에서 모든 인사기록 관리는 전산프로그램으로 처리하고 있다. 같이 근무한 적이 없는 공직자에게 불리한 다면평가라면, 가령 프로그램 상에 직전 몇 년 이내 동일부서 근무자(상급․동급․하급)를 검색하면 얼마든지 현재의 부서가 다르더라도 찾을 수 있고 이를 한 장소에 집합시키지 않더라도, 평가자 자리에서 지정된 시간에 업무용PC(공무원은 1인 1PC 체제임)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비밀을 유지하며 평가할 수 있다 하겠다.

권위주의의 하향식 평가가 공직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부조리와 비리를 막을 있는 가능한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은 부패의 조장일 수밖에 없다. 이유와 명분이 되지 않는 공무원노조 탓을 버리고 정부는 공직자 비리 중에서 가장 크고 무게 있는 인사비리 근절을 위하여 자그마한 장치일지라도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이의 보완․개선책의 시행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비리를 발본색원하고 근절하는 방안이라면 공무원노조는 만사를 제쳐놓고 적극 협력해나갈 것임을 약속한다.

<안병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교육위원장 >
저작권자© 한국의 대표 진보언론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