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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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출사표 댓글 1건 조회 1,192회 작성일 10-02-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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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실감할 수 있는 모습 중 하나가 어느 누가 어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는 소식이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것이다.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는 표현보다 출사표를 던졌다는 말이 더 익숙하기까지 하다.
 

잘 알다시피 ‘출사표’(出師表)는 원래 신하가 적을 정벌하러 떠나기 전에 황제나 왕에게 올리던 표문(表文)이다.

 

이 가운데서도 중국 삼국시대 촉(蜀) 승상인 제갈량(諸葛亮)이 위(魏)를 토벌하기 위해 출진하면서 황제에게 올린 출사표가 가장 유명하다.

 

전후(前後) 두 가지가 있지만 출사표라고 하면 앞의 출사표를 일컫는다. “선제(先帝)의 창업 아직 반에 이르지 못하고 중도에 붕조하다”란

 

서두로 시작하는 이 출사표는 빼어난 문장은 물론 애국심, 선제인 유비에 대한 충성심 등이 잘 녹아 있어 고금의 명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출사표를 읽고 울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고 할 정도다.

 

출사표 이야기를 꺼낸 것은 6월 지방선거와 관련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그 하나는 단체장`지방의원이란 자리를 차지하는 것에만 목표를 두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이다.

 

 단체장`지방의원이 되어 주민에게 어떻게 봉사하고 지역 발전을 어떻게 도모하느냐에 주안점을 두기보단 자리 그 자체에만 욕심을 내는 인사들이 적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유권자들은 자리만 탐내는 인물인지, 진정한 지역 일꾼인지를 제대로 가려내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또 선거는 ‘양날의 칼’인 만큼 자신이 다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출마자들 모두 명심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의 불법은 물론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으로 일하면서 범죄에 연루돼 영어(囹圄)의 몸이 되기 십상이라는 말이다.

 

일례로 민선 4기 기초자치단체장 중 선거법 위반이나 비리 등 혐의로 기소된 사람이 95명으로 전체의 41.3%나 된다.

 

선거에 나서고 선출직으로 일한다는 것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과 다름없고, 자칫 잘못하면 패가망신(敗家亡身)할 수 있다는 것을 출마자들은 염두에 둬야 한다.

 

제갈량은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숨을 거둬 오장원의 별이 됐다. 하지만 그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출사표에 담겨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거나 던질 마음을 먹은 사람들은 출사표가 지닌 의미를 되새겨보고 그 무거움을 마음속 깊이 곱씹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