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라당' 소리 들어도 '分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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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分黨' 댓글 0건 조회 1,317회 작성일 10-02-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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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깨질 것으로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특히 야당은 거대 여당의 친이계와 친박계가 쪼개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는 나름의 분석을 한다.

양대 주주인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이냐 원안이냐를 놓고 벌인 갈등이 '강도론' '사과론'으로 비화하면서, 양측은 그야말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1일 기해 작심하고 박 전 대표를 공격했다. 이동관 홍보수석이 이례적으로 '박 의원'이란 호칭을 쓰면서 "적절한 해명과 공식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사과를 요구한 것.

이에 박 전 대표는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을 통해 "문제 있으면 문제가 있는대로 처리하라"고 짤막하게 입장을 밝혔다. 사과할 뜻이 전혀 없으니 마음대로 해보라는 뉘앙스다.

두 사람의 정면 대결이 본격화되면서 친이계에서도 정운찬 국무총리와 정두언 의원, 정태근 의원 등이 직접 비난에 가세했다.

친박계 역시 서상기, 조원진 의원 등이 즉각 이동관 수석 사퇴를 촉구하는 등 청와대와의 일전을 벼르고 있다.

서로 갈라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과 전망이 정치권에 회자되는 것도 작금의 비판 수위와 날선 공세를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겨보면 한나라당내 친이와 친박계가 실제 갈라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주군'들의 의지와는 별개로 이쯤에서 접자는 의견을 개진하는 중진들이 많고, 보수 언론들도 이쯤에서 '강도 논란'을 그만두라고 권한다.

친박계의 중심이랄 수 있는 김무성, 홍사덕 의원 역시 "더 나가면 당이 깨진다"고 우려하면서 "이제 그만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하고 있다.

친이계 중진인 정의화 의원 또한 "말은 말을 낳아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만큼 서로를 건드리는 자극적인 발언을 자제하는 게 필요하다"며 확전을 경계하고 있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이범관 의원도 "이러다 당이 쪼개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쯤에서 서로 물러서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고 입장을 나타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강도론'과 박 전 대표의 '집안 강도론'으로 불붙은 여당 내분 위기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설 연휴를 앞둔 12일 신임 당직자들과 조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당내 문제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신년을 맞았으면 좋겠다"며 '자제'를 강조하고 나섰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이번 '강도론' 공방을 통해 의도한 바를 충분히 얻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세종시 반대론 대신 강도론을 설 차례상에 올릴 수 있게 됐고, 박 전 대표의 기세도 일정 부분 꺾었다고 간주할 수 있기 때문.

여권 한 관계자는 "그런 점에서 볼 때 박 전 대표의 '집안 강도' 발언은 덫에 걸려든 것"이라며 "박 전 대표 발언 하루만인 11일 아침 청와대가 곧바로 강공을 펴고 나선 것도 '공격 포인트'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여권 핵심부가 일각의 '출구 전략' 관측과는 달리 여전히 세종시 수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

따라서 최대 분수령이 될 설 민심 정국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 청와대가 이번 고공전도 불사했다는 게 여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박 전 대표와의 '갈라서기'까지 작심했다고 간주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1995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김종필 민자당 대표와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분당을 결행하던 상황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와 갈라서기를 작정했다면 먼저 주변 핵심들에게서 '갈라서기 이후'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징후가 감지돼야 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청와대나 친이 핵심들을 상대로 당최 그런 기류가 포착되지 않는다.

또 '분당'을 하려면 대통령 입장에서도 대단한 정치적 결심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각종 사업을 추진하려면 법안의 국회 통과를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제 임기 중반을 갓 넘긴 시점에서 갈라서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설령 대통령이 그런 결심을 내린다면 이후로는 야당과의 타협을 통한 정치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게 과연 되겠느냐는 물음표가 대통령과 주변 핵심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한, 박 전 대표와의 갈라서기는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야당에게 당근을 주며 타협하기보다는, 친박계를 적당히 달래는 게 훨씬 쉽다"는 일부 여권 관계자의 얘기도 이런 인식을 방증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볼 때 이 대통령이 정치판 자체를, 여야 구도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리겠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

또 박근혜 전 대표측 역시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도 "한나라당을 깬다는 것만큼은 상상할 수 없다"고 잘라말하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은 "친이가 한나라당을 깨려 한다면, 그들이 나가야지 왜 우리가 나가느냐"고 반문한다. 먼저 당을 박차고 나갈 일은 절대 없을 것이란 얘기다.

한나라당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의 애착과 주인의식은 그야말로 남다르다. 지난 2000년 잠시 떠난 적이 있지만, 당시 약속했던 정치인들이 고개를 돌린 채 이회창 총재 곁에 잔류하는 걸 보며 많은 점을 느꼈다는 전언도 들린다.

먼저 박차고 나가기엔 한나라당의 울타리가 너무 크다는 점도 친이-친박계의 '불편한 동거'가 계속될 것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한국 정치의 '지역 구도'가 엄연히 상존한 현실에서 영남 텃밭에 수도권과 강원까지 장악하고 있는 당을 벗어난다는 게 쉬운 일일 수 없다.

한나라당 우산을 쓰고 있으면 다수이자 주류, 또 강자가 되는 정치 현실을 도외시할 만한 '대단한 배짱'을 가진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둘다 깨져야 지역 구도가 조금이나마 해체된다"며 "그래야 한국 정치가 발전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하지만 현실 정치 속에서 그런 용기를 발휘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한때 "3김(三金)이 정치 일선에서 퇴장하면 지역 구도가 무너져 건전한 정치 지형이 만들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3김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작금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 정치 평론가는 "한나라당이 정서적으로는 분명히 갈라섰으나, 결코 분당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또다른 평론가는 "지방선거와 전당대회는 일단 이대로 가겠지만, 총선과 대선을 앞둔 2012년 봄에는 어찌될 지 모른다"고 '분열' 가능성을 언급한다.

굳이 '정치는 생물'이란 오랜 명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몇 년 뒤 일을 지금 얘기할 필요도 없다. 2010년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의 분당 가능성은 '제로'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