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들어 뒷돈 노골적 요구..죄의식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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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방선거 댓글 0건 조회 1,291회 작성일 10-02-1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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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들은 대개 40대 중후반이다. 자녀의 사교육비가 부담스러운 한 가정의 가장으로, 아래보다 위로부터의 서열 매김이 쉬운 조직 구성원으로 생활 전선의 최전방에 서있다. 매서운 눈매에 투철한 신념으로 무장한 386에서 서글서글한 눈빛에 헐렁한 셔츠를 걸친 486으로 변모한 것이다.

386세대의 '끝물'이랄 수 있는 89학번마저 올해 40대로 옮겨져 386이라는 꼬리표 자체가 모순이 된 가운데,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이 된 386 정치인들의 지방선거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와 영욕을 함께 한 이들 세대가 지난 18대 총선에서 뼈저린 패배를 맛본 뒤 처음으로 전국 단위 선거에 나선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 "탈(脫)이념, 생활정치인으로 거듭 나겠다"

전대협 대변인을 지낸 기동민 민주당 부대변인은 "사회 권력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씨앗을 뿌리는 작업이 중요한데, 그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지방선거"라고 이번 선거의 의미를 강조했다.

서울 성북구청장 출마 선언을 한 그는 "이제 과도한 욕심이나 집착을 버리고, 현실에 뿌리내려 국민들과 함께 고민하는 것이 386 정치인이 나아갈 길"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연세대에서 80년대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최동규 전 열린우리당 전략기획실장(마포구청장 출마 준비중)은 주민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일자리 문제뿐 아니라 주차문제와 같은 생활 밀착형 공약 개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는 "주변에서 먹고 살아가는 데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여느 40대처럼 이념보다 생활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지방선거는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시키면서도 '생활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다.

◈ "'빨갱이' 색안경도 반성의 기회"

'독선'과 '아마추어리즘'을 떠올리게 하는 386의 꼬리표가 부담이기는 하다.

기동민 부대변인은 "기존 잣대로 386 정치인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386세대가 이념상 진보였을 뿐, 생활이나 행동에서의 진보는 부족했다"고 털어놓는다.

아직까지도 '빨갱이' 소리를 듣는다며 씁쓸해 한 최동규 전 실장은 "386에 대한 색안경마저도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대협 정책위원 출신으로 포천시장 출마를 검토 중인 이철우 전 열린우리당 의원도 "그동안 과도한 정치적 스펙트럼에 갇혀 있는 386들이 낡은 옷을 벗고, 낮은 곳에서부터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며 조근조근 말을 이었다.

이 전 의원은 그러나 "우리의 삶에 작은 오점이 있다고 해서 삶 전체가 그렇게 평가돼선 안된다"고 밝혔다. 고유명사가 된 386이라는 별칭이 여전히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이 전 의원의 목소리에는 힘이 묻어났다.

◈ 386→486으로 날개 달 수 있나

자칫 정치권에서 영영 발언권조차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던 386세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일정 부분 명예회복을 했다.

386과 정치적 동지 관계이던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추락했다가 그의 서거와 이에 따른 재평가로 부활의 계기를 얻은 셈인데, 이번 지방선거는 정치적 재기의 시험대가 될 듯하다.

물론 반성의 진정성을 유권자들이 얼마만큼 공감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386세대가 걸어온 삶의 행적에 비해 이들에게 쏟아졌던 비난은 다소 가혹했던 만큼 이제는 그 철퇴를 거둘 때가 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386 출신의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이제야말로 풀뿌리 정치, 생활 정치라는 제 자리를 찾고 있는 것"이라면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386세대가 갖고 있는 능력을 주민 밀착형 정치에 발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역시 486 세대가 된 오상호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성북구청장), 서영교 전 춘추관장(중랑구청장),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부천시장), 복기왕 전 의원(아산시장) 등도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